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장학증서로 맺어진 40년 인연

포스코 제철장학회, 1972년 포항고 3학년 김영동 학생에 장학금
외주 파트너사인 동서개발 CEO로 인연 이어
포스코교육재단으로 ‘교육의 지방화’ 정신 계승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 1972년 4월 15일, 박태준 포항제철 사장(당시)은 포항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영동 학생에게 장학증서를 수여했다.

포스코가 만든 제철장학회에서 지역사회 지원 장학생을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한 증서다. 당시 수여한 장학증서는 경북 포항 포스코 역사관 2층 전시실에 전시돼 있다. 장학증서를 받은 김영동 학생은 제철소에서 철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토목공사용 자재인 슬래그를 생산하는 포스코의 외주 파트너사인 동서개발 사장으로 포스코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제철장학회는 우연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1970년 가을, 포항 제철소 건설이 한창일 무렵 고로 1기 건설에 쓰일 고가의 설비품들은 그것을 설치하는 업체와 포스코 양쪽에서 보험을 들게 돼 있다. 워낙 보험의 규모가 크다보니 보험사는 보험의 규모에 따라 각 기준에 맞춰 사례비를 내놓곤 했는데, 당시 포스코는 보험사로부터 사례비로 6000만원을 내놓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금도 적지 않은 6000만원은 당시에도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1970년대 당시 보통 집 한 채 가격이 300만원 정도였다고 하니 이 돈이면 집 20채를 살 수 있었으니까. 제철소 건설에 보태는 게 당연했지만 박태준 사장은 어떻게 하면 그 돈을 효과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 바로 장학금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1970년대 초반 1기 설비 공사를 한창 진행할 당시에는 수많은 건설 인력이 포항으로 유입됐다. 그러나 당시 포항의 지역 여건은 많은 유입인구를 수용할만한 기반이 조성돼 있지 않았다.


박태준 사장은 직원들이 주거가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직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주택단지를 조성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또 하나, 바로 직원들이 자녀 교육에 많은 신경을 쓴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교육시설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우수 인력의 확보도 어렵고 직원들의 정착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포항제철소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중심이 될 것은 분명했지만 주민들과 더 가까운 이웃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 인재를 육성해 공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지방에 최신 교육여건을 갖춘 학교를 세운다면 굳이 자녀교육 때문에 서울로 이주하는 현상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박 사장은 교육재단 설립을 추진해 1971년 1월 27일 6000만원을 출연한 ‘재단법인 제철장학회’가 설립됐다.


이후 제철장학회는 장학사업과 더불어 포항과 광양에 최고의 교사진과 시설을 갖춘 학교를 설립해 나갔고, 2002년에는 재단 이름을 ‘학교법인 포스코교육재단’으로 명칭을 바꾸어 현재까지 활동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포스코교육재단은 현재 포항과 광양에 총 12개 학교(유치원 2, 초등학교 5, 중학교 2, 고등학교 3)를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교육재단의 각급 학교가 문을 연 이후 포스코 직원들이 자녀 교육 때문에 이산가족이 되는 현상이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오히려 서울의 자녀들을 포항으로 이주시키기까지 했다. 이런 점에서 포스코교육재단의 설립은 ‘교육 지방화 시대’의 선언이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올해로 설립 40주년을 맞은 포스코교육재단은 한층 수준 높은 교육사업을 통해 쓰러져 가는 지방 교육을 부흥시키는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각오다.


또한 제철장학회가 추진해오던 지역사회 지원 장학 활동은 포스코 청암재단에서 포스코샛별장학제도로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채명석 기자 oricms@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