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한 아시아 지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미국 기업 대부분이 아시아를 벗어나 미국이나 남미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인건비와 운송비 상승 등으로 아시아 지역이 미국 기업들에게 매력을 잃어가고 있던 중에 일본 지진으로 발생한 물류차질이 다시 한 번 생산 공장의 이전을 검토하게끔 하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세계적인 경영컨설팅회사 액센츄어가 미국 본사의 287개 제조회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1%가 아시아 생산 공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미국 본토나 지역적으로 비교적 가까운 남미 등으로의 공장 이전을 선호하고 있다.
엑센츄어의 매트 레일리 상무이사는 "이러한 조사 결과는 미국 대형 제조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아시아에서 미국이나 남미 지역으로 옮기면서 향후 3년 안에 미국 기업들의 공장 이전 붐이 일어날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5년동안은 기업들이 아시아 지역의 저렴한 노동비와 낮은 원자재 가격에 초점을 맞췄지만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에 인건비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고, 연료 가격과 운송 비용 상승으로 물류 운송에 따른 비용지출이 늘면서 더 이상 아시아 지역에 생산 공장을 둘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또 "기업들이 물류 공급 체인에 대해 재검토 하는 기회를 갖게 되면서 소비자 시장과 가까운 곳에 공장을 세워 물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FT는 엑센츄어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미국 기업들이 생산 공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번 일본 대지진 사건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물류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이들의 재검토 작업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일본 내 부품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많은 미국 기업들이 대지진 피해를 겪고 있다.미국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은 일본 지진으로 부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이날부터 일주일간 루이지애나주 시리브포트공장의 트럭 생산을 중단했다.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경우 당장 몇 주간 사용할 수 있는 항공기 부품은 재고로 확보한 상황이지만, 일본으로부터의 부품 공급 중단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본에서 보잉787 드림라이너의 부품의 35%를 충당하고 있다.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 중장비업체인 캐터필러는 일본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 여파로 일본 공장 2곳이 생산 차질을 빚고 있으며, 부품 조달이 제대로 안될 경우 전 세계 현지 공장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에서는 계속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인건비가 미국 기업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향후 5년 동안 근로자들의 낮은 임금 수준을 인상할 방침인데 이미 근로자들의 최저임금 인상추세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연말 이후 올해 중 30여개 성·시가 평균 20% 안팎 정도 올리고 있는데 이어 앞으로 10∼30% 정도 추가 상향조정될 여지가 충분한 상황이다.
베이징시가 지난 1월1일부터 최저임금을 960위안(약 16만4700원)에서 1160위안(약 19만9000원)으로 20.8% 올린 것을 비롯해 산시성, 장쑤성, 충칭시 등이 최저임금을 올렸다. 이 달 들어 광둥성과 산둥성이 근로자들의 월 최저임금을 각각 18.2%, 28% 인상해 1300위안, 1100위안으로 조정했다. 상하이시는 다음 달 부터 월 최저임금은 종전 1120위안에서 14% 인상된 1280위안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시간당 최저임금도 종전의 9위안에서 11위안으로 인상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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