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어제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부실을 불러온 데는 "일부 대주주와 경영진의 문제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한 금융위의 저축은행 감독강화 방안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 앞으로 불법 대출받은 대주주에게 직접 과징금을 부과하고 처벌 수준도 높이기로 했다. 이른바 '8ㆍ8클럽'에 주던 우대 제도를 없애는 대신 동일인 대출한도는 8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후순위채 발행도 제한하고 경영지표 공시가 종전 반기에서 분기별로 앞당긴다.
뒤늦게나마 저축은행에 대한 감독의 허점을 메우고 바로잡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저축은행 부실이 주기적으로 문제가 된 데는 당국의 정책과 감독의 실패 탓이 크다. 이번 대책이 마지막이 되도록 철저히 감독하고 위반 사항은 가차 없이 처벌해야 한다.
당국은 이번 기회에 저축은행의 역할을 정확히 정립해야 할 것이다. 저축은행은 예금과 대출금리 모두 은행보다 높고 서민과 중소기업의 편의를 위해 지역적으로 설립된 금융기관이다. 그러나 부동산 붐을 타고 자금 수요가 늘자 대출한도를 높여주고 부실 저축은행을 다른 저축은행이 인수토록 해 '대형화'를 유도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일반인들이 이름을 알 만한 '유명' '대형' 저축은행일수록 부실화됐다는 것은 정책 실패를 단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감사원이 어제 저축은행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부실 저축은행의 제3자 인수 등의 정책을 지적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또 감사원은 금융당국이 감독강화방안을 마련해 놓고도 시행을 미뤄 부실을 키웠으며 한도를 어겨 대출했는데도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자들은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 한마디로 정책이 오락가락한 데다 위반사항도 적당히 봐주었으니 부실이 늘어나고 결국 국민세금으로 메우게 된 것이다.
다만 최근 규제를 쏟아내다 보니 저축은행의 영업을 지나치게 옥죈 부분은 없는지 살피기 바란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문제가 된다고 '부동산'이란 말이 들어간 사업은 모두 규제하는 바람에 전세난과 관련된 부동산 임대업 등이 위험성에 비해 과다 규제됐다는 지적이다.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은 숨통을 터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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