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설화'의 진원지가 되는 사례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드물지 않다. 정치인이나 기업 CEO의 실언이 언론을 타고 보도되며 갈등으로 비화하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SNS의 위력은 최근 중동 지역을 뒤흔들어 놓는 민주화 혁명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를 물러나게 한 것도, 리비아 카다피 정권을 위협한 것도 대표적 SNS중 하나인 페이스북이다.
보통 사람들의 관계맺음에서도 SNS의 힘은 크다. SNS를 무대로 벌어진 사건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앞으로는 SNS를 이용할 때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페이스북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지금 미국에서는 페이스북이 미국 가정을 망가뜨리는 이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페이스북을 이혼의 주된 사유로 꼽았다. 이혼을 원하는 부부들이 페이스북을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로욜라 대학 메디컬 센터의 스티븐 키먼스 박사는 "예를 들어 배우자가 온라인으로 동창을 만나면 점점 더 서로 끌리게 되고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혼인변호사학회(American Academy of Matrimonial Lawyers)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5명중 4명의 변호사가 SNS에서 찾아낸 증거를 바탕으로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중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것이 페이스북이다. 또한 3분의 2에 가까운 변호사들이 페이스북을 이혼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답했다. 다른 SNS인 마이스페이스라고 답한 것은 14%, 트위터라는 답변은 5%에 불과했다.
페이스북은 이혼 과정에서 다른 법적 증거로도 사용된다. 양육권 분쟁 등을 둘러싸고 페이스북에 올려 놨던 '현장 사진'은 꼼짝 못 할 증거다. 특히 SNS는 사진 증거의 '보고'나 다름없다. 친구나 동료가 올려놨던 사진까지 폭넓게 동원된다.
혼인변호사학회 회장 마를린 에스카인드 모시즈는 SNS의 고유 속성인 개방성과 공유가 이용자들의 공적/사적인 삶을 노출시켜 버린다고 말한다. 모시즈는 "만약 배우자가 이혼을 원한다면, SNS에 써 놓은 공적인 얘기나 계약이며 발언들을 당장 증거로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월 여론조사업체인 닐슨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미국인의 70%가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대부분이 한달에 최소 7시간 이상을 페이스북에서 소비한다. 그만큼 페이스북의 영향력도 거대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발생한 '페이스북 이혼'은 미국에서 결코 즐겁지 않은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SNS 이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도 조만간 새로운 이혼의 양태가 등장할지 모르는 일이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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