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알펜시아 리조트의 재정 건전성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사이에 연관성이 있나요?" "외국인들에게서 투자받을 수 있는 금액은 얼마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까?" "월요일에 입국하는 IOC 실사단은 헬기에 태워 평창으로 운송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장관을 상대로 기자들이 묻는 게 아니다. 지난 11일 오후 강원도 평창에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2018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를 상대로 던진 질문이다. 이 장관은 검은색 싸인펜으로 A4크기 종이에 적어가면서 의심이 드는 부분을 파고들었다. 검사시절을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얼굴이었다.
유치위원회측은 답변을 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평창 알펜시아 건설 과정에서 진 수천억원의 빚을 해외 자본 유치로 메울테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영주권을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하는 자리였다.
1m의 폭설이 내린 이날 평창 방문은 이 장관이 "직접 현장을 가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하면서 이뤄졌다. 강원도의 주장대로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해보겠다는 뜻이었다. 법무부가 위치한 경기도 과천에서 2시간을 넘게 달려 평창을 찾은 이 장관은 직접 케이블카를 타고 경기용 점프대를 둘러봤다. 엄기영 동계올림픽유치 부위원장, 강기창 도지사 권한대행은 긴장한 표정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들도 "현장을 체크하기 전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 회견 발표문 역시 강원도의 제안을 수용하는 안과 거부하는 안을 둘 다 준비한 상황이었다. 이들의 얼굴은 이 장관이 기자 회견에서 강원도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면서야 풀렸다. 제주도에만 적용해 오던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알펜시아 지역에도 적용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 장관의 '현장중심주의'는 오전에 들른 영월에서도 이뤄졌다. 거실과 식당 등 주요 생활공간에서 내부 규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첫 자치제 교정시설인 영월교도소를 들러 시설을 직접 점검했다. 재소자들은 법무부 장관의 방문에 신기하다는 얼굴로 "어디서 오셨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특히 지역민들을 초청해 "교도소 운영에 필요한 식재료를 지역에서 전부 구입하고, 교도관과 그 가족이 영월에 이주해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마음을 샀다. 지역주민들 역시 "교도소 개청을 환영한다"면서 화답했다. 장관이 땀 흘려 뛰면 국민들이 편안하다. 생활 속으로 뛰어든 법무행정에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하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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