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거침없이 오르던 전셋값이 100주 연속 상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긴 2009년 초부터 분위기를 타던 전셋값 상승세가 2월 둘째주 현재까지 95주째 이어지고 있다.
100주 가까이 오른 전셋값은 서민들에게 부담을 넘어서 '고통'이 되고 있다. 집값이 비교적 저렴해 직장인들의 수요가 꾸준한 성북구만 하더라도 일년만에 3.3㎡당 평균 전셋값은 557만원에서 607만원으로 50만원이나 올랐다.
길음동에 위치한 동부센트레빌 80㎡의 전셋값은 '100주 상승세'가 본격화된 2009년 4월 1억2500만원에서 2011년 2월 현재 1억6000만원으로 3500만원이나 올랐다. 같은 기간 매매값이 3억원에서 2억9500만원으로 낮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매년 학군수요가 넘쳐나는 노원구 중계동 일대의 건영3차 105㎡의 전셋값만해도 2억3000만원에서 지금은 최고 3억원에서 거래돼 7000만원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중대형인 대림벽산 135㎡의 전셋값은 2억9000만원에서 3억5000만원으로 6000만원이나 급등했다.
강남도 예외는 아니다. 대치동 대치현대 85㎡의 전셋값은 2009년 4월 2억1000만~2억2000만원선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최고 3억1000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치솟았다. 인근에 위치한 대치동 효성 76㎡의 전셋값도 2억2000만원에서 2억7000만원으로 5000만원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재건축 추진 영향으로 구 전체에 파급이 발생했던 강동구에서도 2009년 4월 대비 전셋값이 1억원 가까이 오른 곳이 있다. 암사동 강동롯데캐슬퍼스트 87㎡는 1억6000만원에서 2억5500만원, 선사현대 81㎡는 1억3000만원에서 2억10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전셋값 상승은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전세난을 피해 매매시장으로 눈을 돌린 수요층으로 인해 2월 현재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값은 사상 최고가의 97%선까지 회복됐다. 특히 뉴타운 입주 영향을 받은 은평구와 고가의 주상복합 입주가 있었던 중구는 3.3㎡당 평균 매매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제 은평구는 3.3㎡당 1245만원, 중구는 1686만원으로 최고가를 넘어섰다. 서초구 역시 지난해 3월 2864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다소 하락했지만 최근 들어 상승세가 이어지더니 어느덧 99%까지 회복됐다.
문제는 지금의 상승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전통적인 비수기인 1월 한달동안에만 전셋값은 전국 평균 1% 가까이 올라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전셋값 상승은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 일로다. 중소형 위주로 오름세가 컸던 서울에 반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도권이나 신도시는 대형까지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모습이다.
겨울방학 학군수요가 다소 진정됐지만 봄을 맞아 이사를 준비하는 전세수요자까지 합세하면 전셋값은 더욱 기승을 부를 전망이다. 올해 전국의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19만495가구로 지난해(29만7108가구)보다 10만6613가구(35.9%)나 줄어든 탓이다.
이호연 부동산114 과장은 "(전셋값은)설 연휴 이후 막바지 봄 이사철 수요가 형성되면서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저렴한 공공아파트 분양이 계속되고 매매가격 상승도 과거와 같이 크지 않아 전세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새아파트 입주물량도 작년보다 크게 줄어 전세물건 부족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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