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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의 역할과 기업 할 일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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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정부와 재계 인사의 만남이 부쩍 잦아졌다. 지난달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재계 본산이라는 전경련을 찾아가 30대 기업 총수들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이날 '사랑받는 기업'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어제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관련 장관들이 대한상의 등 경제5단체장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여러 경제현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이 대통령과 재벌 총수 간 간담회의 후속조치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오늘부터 사흘 동안 유통, 건설업체들과 15대 대기업의 최고경영자 34명을 잇따라 만난다.


정부와 기업 간 소통의 문이 활짝 열린 모양새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박수만 치기에는 뭔가 어색한 대목이 있다. 지난해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을 몰아칠 때의 모습이나 소리만 요란했던 얼마 전의 대기업 수사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업관이 '대기업 프렌들리'로 돌아선 것일까.

작금의 빈번한 정ㆍ재계 회동이 단순한 '기업 프렌들리'나 소통의 차원만은 아닌 듯 싶다. 그보다는 경제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정부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 것이다. 윤 장관은 어제 5단체장과의 만남에서 '3% 물가'와 '5% 성장' 달성을 거듭 강조하고 이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의미이며 재계도 적극 협조하라는 은근한 메시지다. 재계는 노사, 탄소배출권, 세금문제 등을 거론했다. 많은 말이 오갔지만 새로운 내용은 없다.


소통은 소중하지만 일방의 필요성에 의해 이뤄진다면 의미는 반감된다. 그 일방이 정부라면 압력이 된다. 정부는 정부의 역할이 있고 기업은 기업이 맡아야 할 몫이 있다. 예컨대 경제장관이 재벌 총수를 불러 물가 협조를 요구하는 행태는 군색하다. 최근의 물가불안은 유동성 증대, 이상기후, 구제역, 원자재 값 상승 등 복합적이다. 지난달 공공요금 인상폭은 4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책임과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기업에 손해보는 장사를 하라거나 무리한 투자를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규칙을 정하고, 감시하고, 좋은 투자환경을 만드는 게 정부의 할 일이다. 말이 아닌 정책으로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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