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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대란' 시작되나…일부 업체 가정집 배달 중단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52초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1. "전 1주일에 3번 우유 1ℓ씩을 주문해 계속 잘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늘은 200cc 짜리 3개가 배달됐습니다. 그것도 겉면이 긁히고 해서 먹기가 꺼림칙했지만 아기가 우유를 달라고 해서 먹긴 했는데…. 어떻게 된 건지요?"


#2. "설 연휴까지 우유 중지한 다음 7일부터는 우유가 들어와야 하는데 어제 오늘 계속 안 들어오네요. 뭔가 착오가 있으신 것 같은데 확인 부탁합니다."

#3. "좀 전에 온라인으로 주문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구제역으로 인해 저지방 뿐 아니라 일반우유 공급도 원활한 것 같지 않아 주문을 취소합니다."


설 연휴가 끝난 지난 7일 한 중소 유업체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내용의 고객 문의가 쏟아졌다. 이 업체는 그동안 프리미엄급 청정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는 곳으로 지난 17년간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이름이 높았었다. 그러나 최근 심화되고 있는 구제역 사태로 인해 직격탄을 맞게 된 것.

이에 이 업체는 지난달 30일 홈페이지에 긴급 공지사항을 통해 저지방우유가 전량 배달되지 않을 것과 1000㎖, 500㎖의 제품도 모두 200㎖ 제품으로 바뀔 것임을 밝혔다. 또 배달되는 요일은 기존 배달 요일과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간에 걸친 구제역 파동으로 원유 부족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원유의 2차 가공품인 탈지분유 공급이 끊겨 제조업체의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중소 유업체들은 우유의 가정집 배달을 중단하는 등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경기도 안성에 본사를 둔 이곳은 그동안 총 3군데의 목장에서 원유를 공급받아 왔다. 그 중 이천에 있는 목장은 올 초 구제역이 발생해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하지만 해당 목장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유통점에 공급물량을 줄이고, 신규고객 확보를 축소해 남아있는 두 목장에서의 생산량으로 기존 고객에게 제품 배달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규모가 가장 큰 경기도 안성의 목장에서 구제역 의심 젖소가 발생해 제품 생산을 할 수 없게 되자 이 같은 내용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이달부터 당분간 평상시 배달양의 30% 정도밖에 생산이 불가피해졌다"면서 "경기도청 공무원의 답변에 의하면 빠르면 2주, 늦으면 한 달 정도 후에 제품생산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충남 아산시에 본사를 둔 또 다른 유업체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업체는 원유 수급에 어려움을 겪자 지난 설 연휴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가정배달을 중지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통보했다.


예년의 경우 연휴 시작 전에 연휴 물량을 한꺼번에 배달하는 일명 '더블 물량'을 제공했지만 이번 설에는 물량 부족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던 것. 현재도 이 곳 저 곳에서 원유를 구하러 다니는 실정이라는 후문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구제역 사태로 인해 원유가 부족해 힘든 상황"이라며 "중소업체부터 시작해 3월에 개학이 되면 메이저 업체들에게도 타격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구제역으로 전체 젖소의 12%인 3만6000여 마리가 매몰 처리되면서 유업체들은 예년보다 10%에서 15%까지 우유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대형업체들도 시음 및 샘플링 행사를 전면 중단하는 것은 물론, 2차 가공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탈지분유 공급을 줄이고 마트 및 가정에 들어가는 우유 공급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업체로서 우유를 공급해야 할 가장 최우선 순위는 대형마트와 가정배달"이라며 "특히 중소업체의 경우 가정배달까지 중단되는 위기에 처한다는 것은 회사 재정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3월 이후다. 각 학교가 개학하고 나서 우유 급식이 시작되면 우유나 고급 요구르트용 원유마저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결국 3월 '우유 대란'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유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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