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금융감독원이 어제 금융회사의 이른바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방지를 위해 감독 체크리스트를 다음 달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EO의 공백사태에 대비한 대응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집중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또 금융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하나금융이 이사회 멤버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는 등의 'CEO 승계 계획'을 마련해 차기 CEO를 체계적으로 육성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금융계에서 뒤늦게나마 CEO 리스크를 줄이려는 이런 시도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다.
신한 및 하나 금융지주는 CEO 한 사람이 20년 가깝게 경영해 온 곳인데도 후계자를 제대로 키우지 않았다. 신한금융은 경영진에 문제가 생긴 후 후임 CEO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하나금융은 연임을 시도하는 68세의 김승유 회장이 후계자를 키우기 위해 다시 2년간의 기간을 필요로 한다니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CEO 리스크를 막지 못하는 데는 금융회사 내부 문제도 있다. 전횡하는 CEO를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등 공식 기구가 제대로 견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사외이사 역시 정치적 끈을 갖고 들어오거나 교수 등 '부업성' 인사들이 대부분인 탓이다. 또 CEO가 경쟁자의 싹을 제거하는 데다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도 없어 차기 CEO를 구하느라 애를 먹는다. 이 틈을 비집고 금융회사의 CEO는 내부 인력이 아니라 정부에서 낙하산으로 오기 일쑤다. 최근 정부의 힘 있는 인사의 향배에 따라 대형 금융사 CEO 인사 구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CEO 리스크를 방조한 데는 정부 책임이 무겁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수많은 관료들과 감독원 출신 인사들을 금융기관에 CEO나 감사 등으로 내려보냈다. 이들은 금융기관의 민원 해결에 기여했을지 모르나 경영과 내부 감시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CEO 리스크를 줄이려면 정부부터 소위 실세나 관료출신을 금융기관 CEO로 내려보내는 시도를 자제해야 한다. 금융현장의 경험이 없는 데도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로 금융회사 CEO로 줄줄이 내려보낸다면 그것이 바로 CEO 리스크이며 외국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고위 관료나 관변교수 출신 스스로도 '금융회사 대표를 못할 게 없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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