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그룹이 지난 5년간 계열사를 702개에서 1069개로 50%나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닷컴'이 총수가 있는 자산 순위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계열사를 매년 평균 73개씩 늘려 작년 말 현재 사상 처음 1000개를 넘어섰다. 특히 10대 그룹 계열사는 이 기간 중 188개나 늘어나 같은 기간 30대 그룹 전체 증가분의 절반이 넘는 51.2%에 달했다.
물론 사업을 하다 보면 회사를 더 만들 수 있다. 제품의 전문화와 수직 계열화를 위한 것이라면 바람직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새로 생긴 재벌 계열사들을 보면 이런 사업상 필요와 추세보다는 무차별적인 이익 추구에 따른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무엇보다 늘어난 계열사의 면면을 보면 그런 의구심이 든다. 빵집 체인이나 가구 유통, 요식업, 인테리어 사업까지 다양하다. 생수 사업만 해도 SK, 농심, 롯데, 엘지와 CJ, 하이트 등이 나서 수입품까지 들여오고 있다. 최근에는 막걸리까지 재벌들이 군침을 삼키고 있다고 한다. 이들 신규 진출 업종은 누가 봐도 재벌 주력 사업과 별 관련이 없다. 2005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2009년 출자총액제도가 각각 폐지된 후 재벌들은 중소기업들이 하던 사업에 거리낌없이 뛰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더욱이 일부 재벌가의 형제, 자녀 등 친인척들은 새 회사를 차려 관계사에 제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식의 사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어느 재벌 총수의 외손녀는 제과회사를 차려 할아버지 호텔에 납품한다고 한다. 호텔베이커리의 대주주인 여동생은 오빠가 운영하는 대규모 할인점에 피자를 독점 공급한다. 이들 재벌 가족 기업이 벌이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장사는 생계를 위해 아등바등하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들에 절망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들의 일부는 일감을 몰아준 자녀들의 회사를 상장시켜 주가 차익을 얻게 하는 식으로 부의 변칙 상속과 증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기업 프렌들리'라며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없애자 적지 않은 재벌기업들이 최소한의 시장 질서나 상도의도 지키지 않은 채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늘리고 있은 것은 한심한 일이다. 그런 재벌기업 때문에 정도를 걷는 기업까지 욕먹게 되는 것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