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100대 발명품 ‘거르미’ 밸브 만든 이효 퓨쳐이엔지 대표, “물은 후손에게 빌려쓰는 것”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중소기업청 인정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벤처기업 인증’, 2008 우수특허제품 대상(지식경제부장관상), 2010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 금상(지식경제부장관상).
2004년 벤처기업으로 시작, ‘밸브’ 하나로 하나의 특허를 받기도 어려운 중소기업에서 6개의 국내 특허를 받은 기업이 있다.
충북 청원군 남이면 척북리 첨단산업 협동화단지에 자리한 퓨쳐이엔지(대표 이효·49).
이 회사는 조류인플루엔자 분석 같은 바이오산업 관련 분석기기 및 장비를 만들어 납품하면서 들어온 수입을 고스란히 ‘밸브’개발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로 얻은 성적표가 ‘2010 발명특허대전’ 금상이다. 세계 처음 밸브를 분해하지 않고도 수도관의 이물질을 없앨 수 있는 ‘거르미’란 제품을 개발해 받은 것이다.
‘거르미’는 수돗물이 계량기로 들어가기 전에 자체수압과 유압을 이용, 간단한 핸들 조작만으로 이물질을 걸려주는 기능성밸브다.
이 ‘거르미’는 이물질로 인한 출수불량을 없애주고 이물질로부터 계량기 기어 마모와 고장을 막아 계량기를 제 수명대로 쓸 수 있게 해준다.
우리나라 ‘100대 우수 특허제품’에 뽑힌 ‘거르미’는 유체 내 이물질을 이중필터로 완벽하게 걸러냄은 물론 걸러진 이물질을 밸브 내 자체압을 이용, 간단한 핸들조작만으로 배출시키는 스트레이너밸브다. 이 제품은 모든 유체배관설비에 적용, 중요한 작동부품을 이물질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특히 상수도계량기보호용으로 설치하면 이물질들로 인한 계량기 고장원인을 근본적으로 막아준다. 그리고 계량기 고장으로 생길 수 있는 수량을 줄이고 정확한 수돗물 사용료 부과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또 상수도계량기 관련 시설물 보수, 교체 및 단수, 정수 등 행정처분과 녹물이 흘러나오는 등 수돗물 관련 민원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수도계량기는 약 626만개에 이른다. 이를 통해 2009년에 575만9000여t의 수돗물이 공급되고 있다.(2011년 환경부 발표 상수도 통계)
이 중 수도관 내부부식이나 장비불량 등으로 흘러나가는 물이 3억4000여t이나 된다. 계량기 불량은 2억1400여만t이다. 돈으로 따지면 1300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흘러가는 물을 잡아주는 게 바로 ‘거르미’다.
기존 밸브의 경우 현장공무원들이 일일이 밸브를 풀어 거름망을 청소해야하는 불편이 따랐지만 ‘거르미’는 손쉽게 이물질을 빼낼 수 있어 상수도관리에 효과적이다.
특히 이물질로 측정이 안 되는 수도물 사용량을 알 수 있어 예산절감 효과도 크다.
‘거르미’ 성능이 알려지면서 대전과 충남 청양, 충북 진천, 경북 상주 등 20여 곳의 지방자치단체는 ‘거르미’를 시범설치했다. 지난 1차 성능평가에서 이물질 제거기능은 물론 동파를 막아주는 효과 등이 뛰어나다는 게 입증됐다.
이효 대표는 “한 해 수도생산물량이 60억t이다. 이중 3.5%인 2억t쯤은 이물질 등의 원인으로 계량기가 감지하지 못해 1억~1500억원의 상수도요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거르미’를 설치하면 그런 고민은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올해엔 미국, 중국, 일본에 특허를 신청해 해외시장에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바이오산업관련 분석기기 제작·납품에서 밸브로 눈을 돌린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의 안정적인 ‘먹거리’가 필요해서다.
그는 “다른 회사의 주문을 받아 정밀부품을 가공해 납품하는 건 주문의 많고 적음에 따라 회사운영이 결정된다. 하지만 회사 이름을 걸고 새 제품을 만들면 이런 고민은 없어지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어떤 것을 만들까 고민하던 중 ‘밸브’쪽에 눈이 멎었다. “20세기는 블랙골드(석유)의 시대라면 21세기는 블루골드(물) 시대”란 말에서 영감을 얻었다.
물산업이야 말로 절대 망하지 않고 회사 미래를 위해 꼭 해야될 분야였고 정밀제품가공기술을 가진 미래의 먹거리가 밸브였다는 것.
그는 2005년 ‘거르미’ 개발에 들어갔고 이후 해마다 관련특허를 받으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대표의 새해 목표는 본격적인 ‘시장 진입’이다. 지금까지 개발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었으니 시장에서 인정받겠다는 생각에서다.
이 대표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 제조업은 자신의 이름으로 제품을 만들어내고픈 사명감이 있다. 지금까지는 좀 더 잘 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힘을 쏟았고 이젠 어느 정도 완성돼 시장에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등지에서 들어오는 비슷한 제품들은 값이 싸지만 성능에서 크게 떨어진다는 게 이 대표의 견해다. 퓨쳐이엔지 ‘밸브’는 값이 비싸지만 고장이 없고 반영구적이어서 그렇게 비싼 게 아니다.
‘거르미’ 스트레이너 밸브, 더블 체크 밸브, 단수 밸브, 지수 밸브 등 그가 연구해 내놓은 제품들은 모두 국내서 만든다. 밸브하청회사들도 모두 국내에 있다. 이윤을 적게 갖더라도 국내서 만들어야 여러 기업들과 상생한다는 생각에서다.
이 대표는 “후손들이 먹는 물관련 제품을 만들어 판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작은 기업도 얼마든지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꼭 성공하고 싶다”고 새해포부를 밝혔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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