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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포럼] 경쟁에서 꼭 지켜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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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포럼] 경쟁에서 꼭 지켜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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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업계에서 연말연시는 대목이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는 너나할 것 없이 제과점에 들러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케이크를 하나씩 사들고 귀가하는 가장의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제빵업계도 연말연시에 제품이 모자라는 일이 없도록 각별하게 준비했으며, 또한 풍성한 매출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지난 연말은 제빵업계에 너무 잔인했다. 국내 제빵업계의 양대 프랜차이즈라 할 수 있는 두 업체가 얽힌 사건 때문이었다. 이름조차 끔찍한 '쥐식빵 자작극'은 그동안 식품업계에 있었던 어떤 사건 못지 않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자작극을 벌였던 용의자는 자신의 빚을 좀 더 빨리 갚기 위해 50미터 떨어진 경쟁빵집을 음해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다. 용의자가 공격하려 했던 경쟁빵집 뿐만 아니라 전국의 빵집 매출을 급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제빵업계의 연말연시 대목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어느 빵집 주인의 자작극은 경쟁의 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경쟁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것이며 따라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선제공격을 하기도 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방어전략으로 맞서기도 한다. 때로는 상대보다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여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때로는 상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런 경쟁은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게 함으로써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나아가 시장을 확대하는 효과까지 갖게 된다. 공정한 룰을 벗어나지 않는 경쟁은 소비자, 업체, 그리고 나아가 업계까지 상생하는 '윈윈의 결과'를 가져온다.


콜라업계는 경쟁업체간 경쟁이 치열하지만 '윈윈의 관계'를 유지하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손꼽힌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100년이 넘도록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 콜라 시장을 양분하면서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고 있다. 이들의 '콜라전쟁'은 다양한 사례연구로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등에 소개되고 있는데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시장'의 성장이나 수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쟁행위는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회사가 그토록 오랫동안 콜라시장을 양분하면서 경쟁을 해온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회사가 치열하게 가격경쟁을 할 때도 수익성을 해치지 않는 적당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마케팅전쟁을 할 때도 자사의 콜라를 돋보이는 데 치중했다. 즉 가격을 낮추되 콜라산업의 수익성을 포기할 정도의 출혈경쟁은 자제했으며 마케팅을 할 때도 상대를 깎아내리기보다는 나를 돋보이게 하려고 노력했다. 즉 양사 모두 '콜라산업'의 매력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이다. 100년이 넘도록 두 회사가 전 세계 콜라시장을 거의 양분하면서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것은 대단히 보기 드문 사례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서로의 존재를 통해 더욱 노력하고 발전하는 상생의 라이벌 관계라 할 수 있다. 업종의 특수성을 감안해야겠지만 콜라산업의 두 경쟁자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오늘도 많은 기업이, 또는 많은 가게가 각자의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은 상대가 있는 게임이며 상대를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업종의 매력도를 해치는 불공정하거나 부도덕한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는 '그릇된 경쟁'이 상대 뿐만 아니라 나를 쓰러뜨리며, 더 나쁘게는 업종 전체에 타격을 주는 최악의 상황을 일으킬 수 있음을 비싼 수업료를 치르며 배운 셈이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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