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3일 취임 후 '공정위가 물가감시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한 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물가 잡기를 최우선 목표로 삼은 것은 법상 부여된 고유 기능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임 공정위 사무처장은 "공정위의 정책방향이 너무 엉뚱해서 큰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말뿐 아니라 최근 공정위의 3대 핵심조직인 시장감시국ㆍ카르텔조사국ㆍ소비자정책국을 한 데 묶어 '가격불안품목 감시ㆍ대응 대책반'이라는 물가감시 기구를 신설했다. 취임사에서 "공정위가 물가안정을 책임지는 부처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논리"라고 주장한 데 이어 조직도 손본 것이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물가가 언급된 것은 딱 한 마디뿐이다. 즉 '제3조의2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와 관련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하지 말아야 할 사례로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이하 '가격'이라 한다)를 부당하게 결정ㆍ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꼽은 것이 그것이다. 박정희 정권은 이른바 '물가안정법'에 따라 정부가 물가를 직접 규제했다. 그 부작용에 대한 반성에서 1979년 말 공정거래법이 제정되고 198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직접 물가 규제에서 경쟁 촉진으로 한 걸음 선진화된 것이다.
정부가 뛰는 물가를 직접 관리하고 잡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정책 발상의 퇴보다. 공정위가 물가감시 기구로 자처하는 것도 어색하다. 공정위가 '물가위냐'는 비아냥도 김 위원장이 자초한 셈이다. 김 위원장이 공정거래법에 어둡거나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한 대통령 코드에 맞추려는 행보라 폄하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배추 값을 안정시켜야 하는 농식품부, 대학등록금을 잡아야 하는 교과부도 '물가 부처'를 선언해야 할 판이다.
공정위는 독과점 규제와 경쟁 촉진이란 본래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사업자들이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거나 높은 시장점유율을 악용해 경쟁사를 누르거나 카르텔을 형성해 독점력을 만드는 것을 규제해야 하는 게 '본업'이다. 이로써 정당한 경쟁을 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해 간접적으로 물가를 잡는 효과를 거두는 게 공정위의 올바른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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