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나 약국이 드문 지방 소도시의 슈퍼에서는 '박카스'나 '까스활명수' 등을 팔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행 약사법을 어긴 불법이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중죄다. 흔히 찾는 드링크제나 소화제를 어디에서 팔든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박카스와 까스활명수는 엄연한 약품으로 약국에서만 팔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해열제, 소화제, 지사제 등 급할 때 찾게 되는 가정상비약도 약국에서만 판매하도록 엄격히 제한돼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대한상의가 지난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약품 구매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9.8%가 야간이나 공휴일에 문을 연 약국을 찾아다니느라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급한 상황에서 문을 연 약국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른 적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약사들은 모른 체하고 있다. 약국당 인구 수가 2300여명으로 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 데다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들도 많아 안전성 확보를 위해 약사의 복약지도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오남용의 우려도 주장한다. 일견 그럴 듯하지만 허점이 많다. 접근성이 높다지만 심야나 공휴일 등 정작 필요할 때 찾을 수 없는 게 약국이다. 서울 25개구에 1개씩, 시ㆍ도에 1~2곳씩 있는 심야 응급 약국으로는 안 된다. 심하게 말하면 있으나 마나 아닌가.
더구나 소비자들이 슈퍼 판매를 바라는 약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소화제나 감기약, 해열제, 영양제 등 안전성이 검증된 가정상비약이다. 오남용 우려도 과장한 측면이 크다. 지금도 맘만 먹으면 아이들도 약국에서 감기약을 살 수 있고, 또 약국을 돌며 무한정 살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가정상비약은 가까운 슈퍼나 편의점 등에서 살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국민 편익이 커지고 또 가격경쟁에 의한 약값 인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안전성이 우려된다면 1999년부터 10여년에 걸쳐 현재 일반의약품의 95%를 산매점에서 팔 수 있도록 한 일본처럼 안전성 검증을 거쳐 약품의 범위와 종류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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