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전국이 구제역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경기도로 건너 뛰더니 강원, 충청을 거쳐 호남까지 비상사태다. 구제역으로 인해 살처분된 가축 숫자는 128만마리가 넘었다고 한다. 이는 국내에서 사육죽인 소와 돼지의 10% 안팎에 해당되는 숫자다. 더구나 살처분 속도는 구제역 확산속도와 더불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같은 구제역의 확산은 지금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 백신업체 등의 급등에 주로 영향을 미쳤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 한일사료, 대국 등은 3일 연속 상한가 행진이다. 특히 상한가 3일째인 10일에는 개장부터 상한가로 직행하는 힘을 보였다.
이들의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백신업체들도 덩달아 강세다. 이날 들어 그동안 잠잠하던 중앙백신 이-글 벳이 급등세를 보였다. 제일바이오는 강보합권에서 시작해 상한가까지 올랐다.
구제역의 기세가 계속 확산되는 가운데 AI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수산주도 관심을 받고 있다. 동원수산이 이날 오전 상한가 대열에 합류했고, 사조대림 사조오양 등은 10% 안팎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지금까지 구제역의 증시영향은 살인적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안주의 주가 급등에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구제역의 빠른 확산속도를 감안할 때 축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내수주들도 피해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초기대응을 제대로 못해 구제역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차 피해업체는 사료업체들이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CJ제일제당은 전체 매출의 11.2%인 3362억원이 사료관련 매출이다. 삼양사 1020억원(8.4%), 대한제당 2641억원(30.5%) 등도 사료관련 매출이 상당하다.
육류공급의 차질로 인해 유통업체들도 일정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대형마트에 부정적이다.
박종대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구제역은 한우, 돼지와 같은 육류의 가격 상승을 불러오면서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식품비중이 50% 이상 차지하는 대형마트의 경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물가상승 억제 의지가 강한 점도 유통주들에 불리한 점이다. 구제역으로 육류제품의 원가압박이 높아지겠지만 생필품인 육류 가격을 바로 높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김민정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정부의 물가 상승 억제 의지는 강해 단기으로는 원가 압박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릴 수 없어 마진률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기적으로 생각해보면 음식료 섹터는 이런 가격 상승 요인이 없으면 가격을 올리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가격 상승의 계기로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가격상승은 결국 중하위층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형마트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필수 기자 philsu@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