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크리스마스 저녁을 틈타 기준금리를 기습 인상했다.
인민은행은 25일(현지시각) 웹사이트를 통해 기준금리 성격인 1년 만기 예금·대출 금리를 26일부터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올 들어 두 번째 금리인상으로, 1년 만기 예금금리는 2.75%, 대출금리는 5.81%로 올랐다.
인민은행은 지난 10월20일 거의 3년만에 예금·대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인민은행의 리 다오퀴 통화정책 위원은 “이번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며, 통화정책을 기존의 '적절하게 느슨한' 기조에서 '신중한' 기조로 바꾸겠다는 결정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면서 “글로벌 시장의 과잉반응을 막기 위해 크리스마스 저녁에 금리 인상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24일 후샤오렌 인민은행 부행장은 웹사이트를 통해 “내년 통화 정책의 목표는 통화 공급 정상화”라면서 "이를 위해 기준 금리를 인상하거나 은행마다 차별화된 지급준비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금융위기 당시의 성장 촉진 정책에서 벗어나 평상시 통화관리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면서 “금리 인상은 신규대출 및 가격 통제책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중국 11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28개월래 최고치인 5.1%를 기록했다. 11월까지 신규대출 규모도 7조4500억위안을 기록해, 올해 목표치 7조5000억위안의 턱 밑까지 도달한 상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4일 신규대출 규모가 이미 목표치를 넘어섰으며, 대차대조표상 기록되지 않는 대출(부외거래 대출)은 3조위안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민은행의 ‘2010년 4분기 예금주 설문조사 보고’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물가 만족도 지수는 13.8로 11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응답자의 73.9%는 ‘물가가 높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17.3%만이 향후 소비를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올 들어 6차례나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상, 6개 대형은행의 지준율은 19%까지 올랐고 기타 은행들 역시 18.5%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은 중국의 12차 5개년 경제발전 계획이 시작되는 첫 해로 상반기에 자금 투입이 집중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물가 불안 가능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 교통은행의 리안 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내년 1분기까지 물가가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내년에도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로얄뱅크오브캐나다의 브라이언 잭슨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내년에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원바자오 중국 총리는 26일 중앙인민라디오(CNR) 개국 70주년 특별 프로그램에 출연, 물가 통제와 집값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중국 당국은 시장의 과도한 유동성을 줄이려고 6차례에 걸쳐 지급준비율을 올리고, 두차례 금리를 인상했다"면서 "물가는 안정세를 점차 되찾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현재 (서민형) 보장성 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것과 투기를 억제하는 것을 양대 축으로 집값 안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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