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한나라당이 안상수 대표의 여성비하 발언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안상수 대표는 특히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 정국 속에서 이른바 '보온병 포탄' 발언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데 이어 실언파문이 불거지면서 대표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안 대표의 실언은 한나라당으로서 명백한 악재다. 내년 4월로 예정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2012년 차기 총선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불안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각종 실언으로 만신창이가 된 안상수 대표 체제로는 각종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 소속 수도권 의원들은 ▲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와 일부 민생예산 누락 ▲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따른 남북대치 등 악재가 줄을 잇는 상황에서 안 대표가 또 구설수에 오르자 넋이 나간 모습이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은 안 대표의 실언에 대표직 사퇴와 정계은퇴까지 촉구하는 등 총공세에 나서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고민은 안 대표의 실언 파문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한나라당은 지난 8일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 이후 후푹풍과 관련, 고흥길 정책위의장의 당직 사퇴로 급한 불을 껐다. 일각에서는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의 책임론도 불거지기는 했지만 대안부재론이 힘을 받으면서 현실화되지 못했다.
안 대표의 뜻하지 않은 설화가 또다시 민심을 자극할 것으로 우려되면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안 대표가 갖은 설화와 구설수로 사실상 식물대표가 됐지만 한나라당의 처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만약 급격한 여론악화로 안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돼 사퇴한다고 해도 한나라당의 선택지는 마땅치 않다.
우선 조기 전당대회를 다시 치르는 것이 쉽지 않다. 조기 전대는 지난 7.14 전당대회 이후 불과 5개월여 만에 또다시 치러야 한다는 점과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 특히 차기 대선을 감안해볼 때 조기 전대는 당권경쟁의 격화는 물론 대권 레이스를 조기 점화시키게 되기 때문에 당내 각 계파간 갈등이 커질 우려가 적지 않다.
대표직 승계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안 대표의 임기는 불과 5개월여가 지났다. 한나라당은 대표최고위원 취임 이후 1년이 지나지 않으면 대표직 승계를 할 수 없도록 당헌을 개정했기 때문에 홍준표 최고위원의 대표직 승계도 불가능하다. 아울러 박희태 국회의장이 대표 재임 중 지난해 10월 경남 양산 재보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하고 정몽준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한 적도 있지만 한나라당은 지난 2004년 당시 박근혜 대표 체제 이후 대표직 2년 재임의 전통을 지켜왔다.
만약 안 대표가 야당의 공세에 굴복, 대표직을 사퇴할 경우 불과 5개월 만에 낙마하게 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 경우 정국 주도권은 야당으로 급격하게 넘어가게 된다. 여권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상황이다. 아울러 여권의 조기전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 1월로 예상되는 개각, 4월 재보선 등의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당정청 전반에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려운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이때문에 한나라당으로서는 대안부재론 속에서 여론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곤혹스러운 처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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