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민주당 내부에서 대북 기조를 놓고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금과옥조로 여겨왔던 햇볕정책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조성된 안보정국 속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지난 2006년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시절 대북 포용정책 기조 유지논란처럼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손학규 대표가 30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햇볕정책은 서로 상대를 해준다는 (의미에서) 평화를 위한 하나의 조건이지 완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며 "햇볕정책이 모든 것을 다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개혁 성향의 한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지난 10년간 남북간 평화관계를 가능하게 했던 햇볕정책에 대해 개인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보다 전쟁분위기를 조성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기조 변화를 요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당 안팎에서 미묘한 파장이 일자 손 대표 측은 "햇볕정책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 계승하겠다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분단된 국가에서 안보와 평화는 불가분이 관계라는 것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햇볕정책은 민주당의 정체성이고 대북정책의 근본 뿌리"라며 "개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햇볕정책을 수정하거나 흔드는 것은 민주당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당내 중도성향 의원들의 햇볕정책 수정론을 정면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수용 여부에 대한 당 지도부 내에서의 '강·온' 입장차이가 뚜렷하다. 손 대표는 "오늘 당장 무조건 대화의 길로 나서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그렇지만 내일은 대화로 가야하고, 평화가 궁극적인 길이라면 일언지하에 거절하기보다 중국과 협조할 자세가 돼있음을 보여주는 게 성숙한 외교의 자세"라고 밝혔다.
반면 정 최고위원은 "출구는 결국 접촉과 대화인데 가장 명분이 있고 실리가 있는 것이 6자회동의 틀인데 중국의 제의를 발로 차듯 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며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고, 박주선 최고위원은 "현재 필요한 것은 적극적 외교와 대화로 지금이야말로 6자 회담을 재개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 핵심 관계자는 "지도부들의 발언들은 안보정국으로 인해 국민정서를 감안해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며 "당이 대북 포용정책의 궤도를 수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북정책을 둘러싼 당내 잡음은 민주당(전 열린우리당)이 집권했던 2006년 북핵 실험으로 촉발된 대북 포용정책 수정 논란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한명숙 국무총리는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대북 포용정책이 북한의 핵실험을 막는 데 실패했다고 자인한다"며 "지금 시점에서 대북 포용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북 포용정책 수정에 무게를 두자, 여당 지도부와 개혁성향의 의원들이 "대통령과 총리가 나가도 너무 나갔다"며 거세게 반발하면서 당정 갈등이 심화됐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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