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민주당이 북한의 연평도 무력 도발로 조성된 안보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의 고민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정국이 꽁꽁 얼어붙은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남북 긴장이 정점에 이르면서 4대강 사업 예산이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 등 정국 주요 현안들도 실종된 상태다.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요구하는 여론이 가장 큰 부담이다. 민주당은 북한의 도발에 곧바로 '북(北) 책임론'을 내세우며 대북규탄 결의안에 적극 협력해왔다. 또 연평도 피해주민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이어 서해5도 지원법까지 국회에 제출했다. '안보엔 여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문제는 안보정국이 오래 지속될수록 민주당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데 있다. 현 상황에서 당이 중심을 잃을 경우 정체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 한 관계자는 "4대강 사업 예산을 삭감해 국방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주장은 4대강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고육책이지만, 군비 증가라는 즉흥적인 정책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외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안보정국이 진정국면에 들어갈 때까지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현 상황에서 안보를 최우선으로 삼고 모든 정치적 행위를 맞춰왔다"면서 "서울광장에서 전개하던 국민서명 운동을 즉각 중지했고, 29일 국민대회도 연기하는 등 정쟁으로 오인될 수 있는 일은 피하려고 적극 노력해왔다"고 강조한 것도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의 정체성을 공격하는 여권의 '햇볕정책 실패론'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손 대표는 "3년 동안 집권을 하면서 안보의 구멍을 내고 국민을 불안하게 해놓고 아직도 남의 탓을 하고 있다"며 "햇볕정책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자기들의 책임은 뒤로 돌리고 계속 야당 탓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여권의 '햇볕정책 실패론'이 오히려 야당이 반격할 수 있는 틈새를 마련해줬다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천안함 사태 이후 연이어 발생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지 못한 것은 여권이 부정하더라도 현 정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대북 강경정책을 말로만 했지 실천적으로 하지 못한 정부의 문제점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보정국에 묻혀 주목받지 못했던 예산국회에 집중, 4대강 불씨를 되살려 실질적인 성과를 얻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안보정국을 적극 활용해 수적 우세로 예산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예산안 심의 연기를 위해 동력마련을 위해 12월 4일과 5일로 예정된 민중대회와 범국민대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당의 한 원내 관계자는 "안보정국으로 충분한 예산심의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국방예산이 불가피하게 증가하는 등 전체 예산에 대한 면밀한 심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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