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위 "현지기업 손실 은행이 부담"
은행聯 "회생가치 고려 경영상 판단"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오는 29일 법원의 '키코' 관련 소송 일괄 판결을 앞두고 기업과 은행측의 설전이 거세다. 특히 인도판 키코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두고 양 측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는 등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쟁점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인도 내 은행이 키코계약으로 인한 손실액을 상당부분 부담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피해기업 모임인 키코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인도에선 은행이 손실의 대부분을 부담하면서 기업에게 법정 밖에서 화해하길 제안하고 있다"며 "이는 은행의 잘못을 시인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인도 외환파생상품 소비자포럼에 따르면 인도 내 한 수출기업이 입은 손실액 2200만달러에 대해 키코계약을 맺은 은행이 90%를 부담하는 등 인도 내 일부 은행은 적게는 60%부터 많게는 90%까지 손실을 떠안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측의 해석은 다르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인도 은행은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해 잘못을 인정하고 기업과 합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이뤄진 합의는 은행이 잘못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단지 채무자인 기업의 채무이행 가능성과 회생가치를 고려해 내린 경영상 판단이라는 얘기다.
키코사태 초창기부터 불거진 '누가 누구를 속였는가'도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올랐다. 기업측은 "키코상품을 판매할 당시 은행은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제로코스트'라 했지만 실제론 숨겨진 프리미엄이 있었으며 결국 은행만 큰 이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은행권의 프리미엄은 줄이고 기업의 예상이득을 늘린 거짓계약이라는 얘기다.
공대위는 이와 관련해 최근 씨티은행 직원 두명이 재판과정에서 각기 다른 증언을 했다며 위증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은행측은 키코 이외에 선물환 등 다른 환헤지상품도 제로코스트 상품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키코 역시 마진 없는 공짜상품은 아니며 상품과정에서 양측이 충분히 협의를 거쳤기에 불완전판매도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키코가 기업의 환헤지수단이었는지 투기수단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양측은 상반된 주장을 내놨다. 은행측은 "헤징은 위험관리 도구지만 수출업체는 이를 이익관리 도구로 사용하려했다"며 "하지만 예상과 반대로 통화가 움직이면서 손실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도 내 수출기업들은 "인도에서는 수출기업들에 파생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해당상품이 위험노출자산에 비례해야 하고 투기수단으로 사용돼선 안될 것을 확인할 의무를 은행이 진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인도 중앙은행 관련 규정상 변종 파생상품은 헤지수단으로만 판매가 가능하기에 키코와 같은 상품 자체가 불법이라는 말이다.
김원섭 공대위 위원장은 "은행측은 인도 내 기업의 투기사례를 들며 국내서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극히 일부 사례"라며 "인도 내 판결을 미뤄볼 때 오는 29일 국내 법원에서도 비슷한 결정이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라쟈 대표 역시 "은행연합회는 인도 법원 판결의 일부만 발췌해서 이를 완전히 다른 의미로 해석했다"며 "이는 심각한 왜곡"이라고 말했다.
키코(KIKO)란 ☞ 녹인 녹아웃(Knock-In, Knock-Out)의 준말로 환율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이 가입하는 파생금융상품.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상품으로 2008년 환율 급등으로 가입 기업들은 피해가 막대하게 늘어났고 서울중앙지검에 한국씨티은행 등을 사기혐의로 고발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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