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검찰의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수사로 파행을 겪던 국회가 가까스로 정상화됐다. 여야는 9일 박희태 국회의장 중재로 6당 원내대표 회담을 갖고 예산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10일 본회의 긴급 현안질의 이후 유통산업발전법을 처리하고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을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한 것. 하지만 이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시적 휴전 성격이 짙어 예산국회의 순항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與野, 유통법·상생법 순차 처리 합의
여야는 SSM(기업형 슈퍼마켓)규제법안인 유통법과 상생법의 순차 처리에 합의했다. 유통법은 재래시장 반경 500m 이내를 전통산업 보존구역으로 설정, 기업형 슈퍼마켓의 진입을 규제할 수 있다. 상생법은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 형태의 기업형 슈퍼마켓도 사업조정 신청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유통법과 상생법은 정치권이 시급한 처리를 강조해온 대표적인 민생경제 법안이었지만 동시 처리를 고집하는 민주당과 외국과의 통상마찰을 우려해 순차 처리를 주장해온 한나라당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첨예한 갈등을 겪었다. 지난 4월 여야 합의 이후 무려 7개월 만에 SSM법 규제법안 처리에 마침표를 찍은 것. 김무성 원내대표는 특히 "상생법이 약속대로 통과되지 않으면 의원직을 걸겠다"며 반신반의하는 야당의 우려를 달랬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번 합의와 관련해 김무성, 박지원 양당 원내대표의 노련한 정치력이 발휘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합의 내용 역시 윈윈이라는 평가다. 한나라당은 유통법 우선 처리라는 기존 입장을 관철시켰고 민주당도 상생법 처리에 대한 확답을 받아낸 것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예산국회 순항 불투명..검찰 수사·FTA·대포폰 국정조사 등 곳곳 지뢰밭
여야의 국회 정상화 합의로 지난 5일 검찰의 국회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으로 야기된 국회 파행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당장 민간인 사찰과 청와대 대포폰에 대한 야당의 국정조사 및 특검 주장에 한나라당이 반발하고 있다. 또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UAE(아랍에미리트) 파병동의안, 4대강 사업 예산심의 등 여야간 갈등이 첨예한 사안들이 적지 않다.
특히 G20정상회의 이후 검찰이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과 관련, 야당 의원에 대한 강제구인에 나설 경우 검찰소환 불응 방침을 정한 민주당이 반발하면서 국히 파행이 재현될 수 있다. 이어 4대강 사업 예산을 둘러싼 여야간 이견차가 큰 점도 예산국회의 순항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아울러 타결이 임박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문제도 논란거리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5당 대표들은 10일 조찬회동에서 FTA 비준반대에 합의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연설에서 "'대포폰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할 것"이라며 "한미 FTA 재협상이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균형을 깬 것이면 국민과 반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대포론 국정조사 및 특검 추진에 반대하고 있고 한미 FTA 역시 졸속 밀실협상이 아니라며 야당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한편,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이귀남 법무장관 등 관계 국무위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에 대한 긴급 현안질문을 벌였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검찰의 국회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을 국회말살로 규정하고 김준규 검찰총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야당은 특히 이번 수사가 민간인 사찰과 청와대의 대포폰 의혹을 잠재우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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