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단일선체 선박 운항 금지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최악의 기름 유출사고는 사고 규모에 비해 유출된 기름이 너무 많았다는 점에서 관계 전문가들은 안타까워 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사고 선박이 기름을 가득 실은 유조선(15만t급)인데도 선체가 두겹이 아닌 홑겹, 단일선체였기 때문이다.
유조선 이름을 붙여 허베이 스피리트호(1만5000t 유출) 사고를 비롯해 1967년 영국 토리 캐년호(12만7000t 유출), 1978년 프랑스의 아모코 카디즈호(22만t 유출), 1989년 미국 엑슨 발데즈호(4만t 유출) 등 역대 세계 초대형 기름유출 사고들은 모두 단일선체 유조선들을 통해 발생했다.
따라서 선박 사고 예방을 위해 각국은 선박의 구조를 이중으로 만드는 이중선체로 건조할 것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1989년 엑슨 발데즈호 좌초 사고 이후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알래스카 연안 1600㎞에 이르는 해안이 시커먼 기름띠로 오염되는 최악의 사태를 발생시킨 엑슨 발데즈호 사고가 단일선체였기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된 미국은 사건 직후 이중선체가 아닌 유조선은 아예 자국 연안에 접근조차 못하도록 막았다.
이어 1992년 국제해사기구(IMO)가 조약(MARPOL92)을 통해 1993년 7월 이후 계약되는 모든 유조선(5000t 이상)에 이중선체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중선체 요건은 그 후로도 지속적으로 보완·강화돼 2005년 4월에는 운항 중인 단일선체 유조선에 대한 강제퇴출 규정까지 명문화 했다. 이를 통해 1984년 이전에 인도된 단일선체 유조선은 2005~2009년 사이 모두 퇴출시키도록 했으며, 1984년 이후 인도된 선박의 퇴출시기도 2010년까지로 정했다. 따라서 2010년 이후 지구상의 모든 바다에는 단일선체 유조선이 단 한 척도 운항할 수 없게 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국토해양부는 국제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73/78)에서 정한 시기보다 5년 앞당겨 내년 1월 1일부터 단일선체 유조선의 운항을 전면 금지키로 했다.
즉, 재화중량톤수(DWT) 기준 5000t 이상의 단일선체 유조선은 올해 연말까지만 운항할 수 있고 내년부터는 우리나라 해역에서 운항할 수 없게 된다. 내년 1월 1일부터 외국적 단일선체 유조선은 국내 입항이, 국적 단일선체 유조선은 국·내외 수역에서 운항이 금지된다.
앞서 국토부는 국내 정유업계와 분기별 간담회를 갖는 등 법적 규제 조치에 앞서 관련 산업계의 자발적인 단일선체 유조선 운항감축을 독려해 온 결과 2007년 52.9%에 달하던 단일선체 유조선의 국내 입항률이 올해 9월말에는 4.8%까지 감소해 내년 법·규제 시행이 본격화 돼도 선사들이 입을 타격은 적을 전망이다.
이중선체의 좌-우와 상-하 격벽 사이의 공간은 초대형 유조선을 기준으로 최소 2m 이상(보통 3.5m) 비워둬야 한다. 이 정도면 미사일 폭격이 아니면 뚫리지 않는다는 게 조선 기술자들의 설명이다.
유조선은 특정 부위가 파손돼 원유가 누출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화물탱크를 하나로 만들지 않고 5~6개의 독립공간으로 나눠 배치한다. 또한 선수와 선미, 배의 밑바닥에 밸러스트(선박 균형유지를 위한 물) 탱크 또는 빈 공간(V을 둬 선체 중앙부의 원유탱크를 완전히 감싸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한편,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만든 유조선이 대형 해난사고를 당해 기름을 유출한 경우는 없다. 초창기에 건조한 단일선체 유조선은 이미 선령이 노화돼 모두 폐기됐고, 1990년대 초부터 건조한 유조선들은 대부분 이중선체로 만들어지고 있다.
<자료: 국토해양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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