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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이야기] 선박 경제속도 ‘화물’따라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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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커는 15~16노트, 컨테이너선은 24~26노트


[배 이야기] 선박 경제속도 ‘화물’따라 달라요 현대중공업의 밸러스트수 처리 시스템 ‘에코 밸러스트’를 처음 적용한 독일 슐테사의 7000TEU급 컨테이너선 아스트리드 슐테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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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자동차의 경우 일반도로는 60~70km/h, 고속도로는 100~110km/h 등 도로 성격에 따라 경제속도가 정해진다.


선박도 분명히 경제속도가 있다. 하지만 선박은 항로는 있다고는 하지만 망망대해에 좌표상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차량 도로처럼 병목현상에 생겨 길이 막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선박의 경제속도는 배가 어떤 용도로 쓰이는 가에 따라 정해진다. 즉, 무슨 화물을 싣는 가에 따라 배의 속도는 달라진다는 것으로, 운반하는 화물의 경제성에 따라 배의 운임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의 속도 단위는 노트=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선박의 속도 단위는 ‘노트(Knot)’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1노트는 1시간에 1해리(1852m)를 달리는 속도를 의미한다.


배의 속도를 km/h가 아닌 노트로 나타내는 것은 해도를 사용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즉, 지구 면적의 1분에 해당하는 해면상의 거리가 1해리(위도 1초의 60분의 1 = 1852m)이기 때문에 노트를 쓰는 것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노트라는 단어는 원래, ‘매듭’, ‘마디’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노트라는 단어가 배의 속도를 재는 단위로 쓰인 것은 옛날 배의 속도를 잴 때 47피트 3인치마다 매듭의 한 실을 풀면서 그 풀려 나간 실의 매듭을 세는 방법으로 속도를 알아냈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는 1노트가 1시간에 1해리를 달리는 속도이므로, 28초간 47피트 3인치를 달린다는 데서 생긴 것이다. 또한 28초라는 시간은 당시 모래시계의 낙하시간이 28초인데서 정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선박의 속도는 어떻게 측정할까? 육상의 일정기점과 종점에 거리를 설정하는 마일 포스트를 세워놓고 연안을 따라 달리면서 초시계로 측정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사용됐다. 배에서 관측기를 통해 출발 지점을 확인한 뒤 도착지점을 같은 방법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 전자파를 이용하는 방법(Radio Wave System)이다. 선박에 장착된 장비로 육지에 고정된 안테나(한국의 경우 거제도 옥녀봉 정상에 설치)에서 전자파를 발사해 반사돼 돌아온 전파 특성(위상차)를 분석해 일정거리를 주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해 환산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위성항법정보시스템(DGPS, Differential Global Positioning System)를 이용해 인공위성에서 발신되는 신호를 수신해 선박의 위치를 수신, 선박의 위치를 확인해 배의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배 이야기] 선박 경제속도 ‘화물’따라 달라요 성동조선해양이 건조한 케이프사이즈급 벌커


◆벌커는 저속, 컨테이너선은 고속= 최초에 밝힌 바와 같이 선박의 속도는 배의 용도가 무엇이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


일반 상선 중에서 가장 느린 편에 속하는 원유운반선(탱커)과 살물선(벌커)의 속도는 15~16노트(28~30km/h)인 반면 컨테이너선이나 자동차운반선은 평균 24~26노트(44~48km/h)로 빠르다. 근해 육지와 섬을 오가는 여객선 또는 페리의 평균 속도는 12~14노트(23~26km/h)이며, 부산에서 일본 시모노세끼로 가는 쾌속 여객선은 거의 바다에 떠서 운항하는 선박으로 35~40노트(65~74km/h)에 달한다.


다 같이 빠르게 설계하면 될 텐데, 선종별로 차이가 나는 까닭은 화물의 경제성이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원유운반선은 원유를, 벌커는 곡물이나 석탄, 철광석을 운송하는 선박이다. 이들 화물은 모두 가공되지 않은 화물, 즉 원자재다. 원자재는 시간의 제약이 없이 정해진 항로(원산지~수입국)에서만 운항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빠른 속도로 운항할 필요가 없다.


반면 전자제품, 식료품, 각종 부품류를 운송하는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운반선은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화물을 세계 곳곳의 항구로 정해진 기간 내에 운송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곧 돈’이다.


최근에는 수입국 화물의 소모기간이 갈수록 단축되고 있고, 한 번에 대량의 화물을 실어 여러곳의 항구를 돌며 물건을 내려주는 것이 경제성면에서 뛰어나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선박의 크기가 커지고 있고, 이에 더해 선박의 속도 또한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속도 10노트 높이면 연료는 8배 늘어= 거대한 배를 움직여야 하니 선박 엔진이 쓰는 연료의 양도 엄청나다.


특히, 선박은 물이라는 유체(流體)를 헤치고 가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마찰저항을 받게 되는데, 10노트를 가속할 경우 물의 저항은 3배로 늘어나고, 연료량은 속력의 세제곱에 비례하므로 연료는 8배가 늘어난다.


[배 이야기] 선박 경제속도 ‘화물’따라 달라요 현대중공업이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10'에서 수상한 힘센엔진


예를 들어 32만t의 원유를 싣고 16노트로 달리는 초대형 탱커의 하루 연료(중유) 소모량은 111t인데 비해, 10만t의 컨테이너를 싣고 26노트로 달릴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8500TEU, 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의 연료 소모량은 원유운반선의 갑절이 넘는 245t이나 된다. 선박의 총 운항비용 중 연료비 비율이 50~60%나 되고, 속도는 연료비와 비례관계에 있기 때문에 선박 건조에 있어 속도 설계는 곧 경제성과 직결된다.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각광받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도 비교적 빠른 20노트(37km/h)로 설계되는데, 이는 영하 163도의 극저온으로 액화된 LNG가 운송이 늦어져 자연 기화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자료: 현대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대한요트협회>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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