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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이야기] 배 안에 바닷물 채워 넣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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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러스트 워터···선박의 균형 잡고 프로펠러 추진 기여
매년 100억t 이동 생태계 교란···2017년까지 전 선박 정화장치 갖춰야


[배 이야기] 배 안에 바닷물 채워 넣는 이유는? 현대중공업이 밸러스트수 처리 시스템 ‘에코 밸러스트’를 처음 적용한 독일 슐테사의 7000TEU급 컨테이너선 아스트리드 슐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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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어린 시절 종이배를 접어 시냇물에 띄워 본 경험은 다들 한 번씩 있을 것이다.


물결 따라 아슬아슬 떠내려가는 듯 하다가 대번 옆으로 기울어져 물에 푹 젖어 버리는 종이배. 이 때 경험이 많은 친구가 종이배 안에 자그마한 자갈을 넣고, 물을 살짝 담아준다. 이어 물에 띄운 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물위를 유유히 내려간다.

이러한 종이배 띄우기 기술은 선박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단지 스케일이 커졌을 뿐이다. 냇가는 바다로, 종이배는 축구장 3개 만한 크기의 거대한 철선이 된다. 사람들 눈에는 선박이 무척 커보이지만 마찬가지도 바다 또한 워낙 넓기 때문에 시냇가에 띄운 종이배와 마찬가지 신세가 된다.


선박은 기본적으로 화물을 실었을 때 물에 가라앉게 되는 무게를 예상해 이를 견딜 수 있는 부력을 갖도록 설계한다. 하지만, 화물을 실지 않을 경우 그 만큼 선체가 가벼워지기 때문에 배가 수면 위로 많이 올라오게 되고 무게중심도 위쪽으로 균형을 잡기 어려워진다. 이를 간과할 경우 이동중 태풍이 불거나 높은 파도가 치면 선체가 심하게 흔들려 전복할 위험이 도사린다.


바닷속에서 돌아야 하는 프로펠러 일부가 수면 위로 떠 올라 추진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며, 회전시 수면에 부딪히는 충격이 커져 프로펠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이는 고무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나아갈 때 노를 얕은 물속에서 저으면 보트가 앞으로 잘 나아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노를 깊이 저을 때보다 그 만큼 물을 박차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배 이야기] 배 안에 바닷물 채워 넣는 이유는? 화물을 싣지 않아 가벼워진 선박이 물위에 뜨면서 프로펠러가 수면 위로 노출됐다.


따라서 화물이 없어도 선박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물속에 잠기게 할 방법이 필요하게 됐고 그 해결책으로 바닷물을 뱃 속에 집어넣는 방안을 착안하게 됐다. 즉, 화물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일정량의 바닷물을 담아 선박의 무게 중심을 맞추고, 프로펠러가 충분히 잠기도록 해 최적의 추진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바닷물 위에 떠야 하는 선박이 되려 바닷물을 담고 가야 하는 이유다.


이때 담는 바닷물을 ‘밸러스트 워터(Ballast Water)’ 또는 ‘밸러스트 수’, ‘선박 평형수’라고 부르며, 밸러스트 워터를 담는 공간을 ‘밸러스트 탱크’라고 일컫는다. 밸러스트 워터는 장난감 오뚝이처럼 무게중심을 아래로 쏠리게 해 선박이 적당한 수면에서 복원력과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화물을 싣지 않았을 때는 밸러스트 탱크에 바닷물을 채운 채로, 화물을 실었을 경우에는 밸러스트 탱크를 비운 채로 항해를 하게 된다. 밸러스트 탱크를 만들 수 없었던 20세기 중반 이전의 작은 목선은 모래주머니 또는 자갈을 깔아서 배의 평형을 유지했다고 한다. ‘밸러스트’의 원뜻이 ‘까는 자갈(모래주머니)’라 과거의 용어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밸러스트 워터는 선박의 안전한 운항과 효율적 추진을 위해 꼭 실어야 하는 것으로, 일반 화물선의 경우에는 화물 적재량의 30~40%를 실으며, 유조선의 경우에는 그 이상을 싣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30만톤(GT)급 원유운반선의 경우 밸러스트 탱크의 용량이 10만t이 된다.


[배 이야기] 배 안에 바닷물 채워 넣는 이유는? 밸러스트 워터 탱크에 바닷물이 유입된 상황(그래프: 삼성중공업)


한편 출항하는 항구에서 바닷물을 넣고, 목적지에서 화물을 실으면 이 물을 도착지 항구에 버리는데, 전 세계의 바다 위에서 이렇게 이동하는 밸러스트 워터는 매년 100억t에 이른다.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밸러스트 워터에 함께 유입된 다시마, 불가사리, 홍합, 해파리 등 해양 생물이 세계 각 해역에서 방출되면서 토착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해양 토종 생태계에 혼란을 주는 블루길이나 베스 같은 물고기, 미국 자리공, 돼지풀 등의 외래생물도 이러한 경로를 통해 유입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통계적으로 밸러스트 워터를 통해 이동하는 해양생물은 하루 7000여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2004년 ‘선박 밸러스트 워터 규정’을 도입해 각 선박이 밸러스트 워터에서 해양생물을 사멸시키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밸러스트 탱크 용량이 5000㎥ 이하인 기존 선박과 신조 선박은 공해상에서 밸러스트 워터를 교환해 입항해야 하거나 정화장치를 설치해야 하며, 오는 2012년부터는 모든 신조 선박에 해양생물 정화장치를 설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IMO 규정이 전 세계의 신조선(매년 1100여척)과 기존선(3만여 척)에 모두 적용되는 2017년부터는 해양생물 정화장치의 시장 규모가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기술 선점을 위한 각 조선소들의 개발경쟁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정화장치는 오존처리, 전기분해, 자외선, 화학약품, 탈산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검토되고 있는데, 한국은 이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 국내 조선 기술력이 바다의 ‘환경 지킴이’로 우뚝 설 날도 머지 않았다.
<자료: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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