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쏘나타 성공, 도요타 캠리와 비슷...에쿠스와 렉서스 대결도 관심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현대차는 제2의 도요타가 될 수 있을까?
현대차의 최고급 세단인 에쿠스의 미국 진출을 앞두고, 일본 도요타와 현대차그룹의 다른 듯 닮은 미국 공략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요타가 캠리 성공에 힘입어 렉서스를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했듯이 현대차그룹도 쏘나타의 맹활약으로 에쿠스가 초반 분위기를 유리하게 가져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1월 중 에쿠스를 미국 시장에 출시해 벤츠, BMW, 도요타 등과 프리미엄 시장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특히 에쿠스는 일본 도요타가 미국 진출시 걸었던 행보와 비슷한 듯 다른 궤적을 그리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일본 캠리의 빅히트로 도요타는 성능좋은 보급차를 만드는 기업 이미지를 갖게 됐지만 고급차 시장에서는 오히려 장애가 됐다"면서 "1989년 도요타가 렉서스를 내놓으면서 '도요타'를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도 쏘나타 인기에 힘입어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벗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도요타와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 쏘나타 효과로 현대차그룹(기아차 포함)은 지난 9월 미국 시장서 GM(18.0%), 포드(16.7%), 도요타(15.3%), 크라이슬러(10.4%), 혼다(10.2%)에 6위(점유율 8%)를 차지했다.
다만, 도요타가 의도적으로 '도요타≠렉서스' 전략을 구사하는 것과 달리 현대차는 '현대차=에쿠스'에 집중하고 있다. 그 대신 고객의 집으로 에쿠스를 가지고 가 시승토록 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품질'을 최우선으로 삼는 기업 철학도 현대차그룹과 도요타의 닮은 꼴이다. 도요타는 '완벽을 향한 끊임없는 추구(The Relentless Pursuit of Perfection)'라는 철학을 철저히 계승하면서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리콜 사태의 충격파가 컸던 것도 품질 제일주의를 역설해온 도요타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도 품질 경영을 강조하지만 도요타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내부 분위기는 더욱 강경해졌다. 9월초 기아차 리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기아차 대표이사를 전격 경질한 것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요타의 '완벽을 향한 끊임없는 추구'를 빗댄 '완벽을 향한 잔인한 추구(The Ruthless Pursuit of Perfection)'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드류 윈터 북미 자동차 전문 리포터는 "현대차는 임원이든 자동차든 스스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곧 사라지고 만다"면서 "품질을 향한 잔인한(ruthless) 태도가 경영진들을 불안하게 만들지만 이것이야말로 현대차의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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