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초청 강연서 자신의 인생 역정 소회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고승덕 국회의원이란 사람이 있다.
18대 국회의원이자 변호사이면서 증권 관련 서적을 4권이나 출판한 금융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대학시절 사법고시 최연소, 외무고시 차석, 행정고시 수석 합격으로 유명하다
고시 합격을 위해 고시 합격기를 수십 개 구해 봤다는 그는 합격자들은 책을 평균 10번 봤다는 결론을 얻고 ‘나도 10번 봐야지’라고 결심했단다. 오늘 읽을 만큼만 읽어야지 이런 자세가 아니라 내가 시험볼 때 까지 10번 읽으려면 오늘 몇 페이지부터 몇 페이지까지 딱 목표를 정하고 오늘 못 보면 평생 못 본다는 그런 심정으로 봤더니 남들 10년씩 공부할 때 1년여 만에 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다는 것.
그런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일반인과는 다른 아주 작은 차이 조그만 차이 덕분이었다고 한다.
다음은 지난달 현대중공업 초청으로 회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고승덕 의원이 한 강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오늘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또 강의 기회를 주신 회사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강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강의는 ‘저의 A, B, C, D’라는 주제를 토대로 여러분들과 함께 현대중공업에 조금 더 맞는 것이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사람이 모든 것의 핵심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나라도 결국 사람들이 모인 것이고, 기업도 사람들이 움직이는 거고, 또 개인의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대기업은 시스템이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저는 무슨 생각을 하냐면 ‘그래도 기업은 사람이다. 사람, 즉 임직원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회사의 미래가 결정되고 그 사람의 미래, 운명도 결정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인생이라는 것은 바보와 천재 간에 게임이 진행되는 게 아니고 어디 가나 똑같은 사람들끼리 우글거리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내가 성공한다는 것은 뭐냐? 특출한 어떤 출발점에서 하는 게 아니라, 똑같은 출발점에서의 조그만 차이가 끝없이 쌓여서 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이게 제 인생의 가장 큰 철학입니다.
저는 또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들이 머릿속에 풀빵기계 처럼 붕어빵 모양 또는 국화빵 모양 틀이 있는데 틀을 바꾸지 않고서는 절대 안 바뀐다.’ 그래서 두 가지 틀을 생각해보면, 우선 ‘노력해서 열심히 살자’고 다른 한쪽은 ‘대충 살자’입니다. 현대중공업에서 배를 만듭니다. 이미 설계도는 나와 있어요. 그때 원가가 많이 들어가는 게 이깁니까? 적게 들어가는 게 이깁니까? 적게 들여야죠. 그러니깐 기업의 전략상 설계도가 동일하게 나와 있고 물건이 같을 때에는 원가를 줄이는 게 이익인거예요.
그런데 인생에 이것을 대입하기 시작하면, 인생이 피곤해집니다. 자 어떤 사람이 현대중공업에 입사를 했어요. 첫 달 월급이 나왔어요. 동기들도 있어요. 자기는 열심히 했어요. 윗사람이 지켜보든 지켜보지 않든 열심히 했어요. 근데 월급이 달라집니까? 똑같습니다. 1년 지나도 똑같을 가능성이 커요. 그렇다보면 헷갈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내가 이렇게 해봤자 월급은 똑같아. 그러면 내가 조금 덜 노력하고 같은 돈을 받는 게 낫지. 내가 뭐 하러 일을 더해’하면서 타협하게 됩니다. 사람은 목표가 정해지는 순간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 최소한의 노력만 하게 됩니다.
그런데 세상이라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길게 지나게 되면 윗사람은 다 누가 누군지 알게 되죠. 1년이 지날 때까지도 세상은 똑같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딱 모양이 나와 버리는 거죠. 붕어빵 국화빵처럼 딱 나와 버리는 겁니다. 그 모양 절대 안 바뀝니다. 저는 이제 이런 생각을 해 봐요. ‘자 열심히 살자, 성실하게 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절반 이상이 됩니다. 하지만 달라지겠다는 외침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성공을 원하는 사람, 뭔가 나은 인생을 원하는 사람은 그럼 낫게 살아라. 낫게 살면 달라질 거 아니냐. 낫게 산다고 하는 것은 뭐냐? 남과 다르게 사는거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항상 이걸 다짐을 하면서 항상 차이점을 찾고 있는데, 저는 인생에 그것을 적용하고 있어요. 인생의 성공에서 있어서 첫 번째는 시간, 두 번째는 집중력입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남들보다 더 많이 남으면 절대 인생이 안 달라집니다. 남은 시간만큼 분명히 결과가 달라집니다. 대개 영리한 사람이 인생에서 실패하는 이유가 뭐냐 하면 대충 쓱싹하면 된다는 방식입니다. 쓱싹하면 된다는 것이 처음에는 통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혀 안 통한다는 겁니다. 시간을 안들이면 안 된다는 것이죠. 그 다음엔 집중력입니다. 집중력이라는 것은 우리가 벼락치기 공부 하듯이 집중해 공부하는 그런 집중력을 말하는데, 꼭 벼락치기 하듯이 하지 않더라도 항상 궁리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시간과 집중력 두 가지 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오늘 강연의 제목이 ABCD였습니다. 한번 ABCD등급을 따져보겠습니다. D등급은 학교 다닐 때는 재수강하면 되지만 인생의 D학점은 재수강하기가 어렵습니다. D등급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패턴이 있습니다. 시키는 것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시키는 것을 하기 싫어하고, 시키는 것을 억지로 하고, 할 수 없이 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식당에서 물을 달라고 합니다. 여기에도 A, B, C, D가 있어요. ‘아줌마 물주세요’ 그랬더니 얼른 안 달려와요. 어느 급입니까? 시키는 걸 제대로 안하고 있잖아요. 시키는 거 제대로 안하면 D급입니다. ‘아줌마 물주세요’할 때 아줌마의 표정이 ‘나는 시키는 것만 한다. 물만 갖다 주면 되지’ 물통을 들고 와가지고 손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탁 놓고 가요. 그럼 속으로 ‘C급이구나’하는 거죠.
물 달라고 하는데 바로 오는 것은 기본이고, 물을 주면서도 표정이 밝아요. 완전히 B급으로 바로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이거든요. 식당에서 B급 되는 것이 아주 간단합니다. A급 식당은 그런 상황에서 어떤 것이겠어요. 물통에 물이 떨어져 갈 때 손님이 부르기 전에 물통을 갖다 주는 그런 식당입니다.
현대중공업에 일하시는 각자가 A급으로 계속해서 자기 생각을 상황마다 업그레이드 해나가는 것이 현대중공업이 글로벌 A급으로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너무 심각하게 말씀을 드렸는데요, 오늘은 제가 여러분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온 게 아니라 제가 인생 살아온 것을 같이 나눈다는 생각에서 왔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들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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