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M&A 트랜드 전통적 산업구분 무너지는 트라이버전스 경쟁 가속화
[아시아경제 조성훈 기자]
# HP는 지난 4월 스마트폰 제조사인 팜(Palm)을 전격 인수했다. 팜 인수는 애플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 HP가 본격적으로 가세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특히 HP는 팜의 스마트폰용 OS(운영체제) 플랫폼에 눈독을 들여왔다.
# 소프트웨어 분야 강자중 하나인 오라클은 서버 제조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 HP에서 성희롱 파문으로 축출된 마크 허드 전 CEO를 사장으로 전격 선임해 기업용 하드웨어 시장에대한 포문을 열었다.
# KT는 지난해부터 통신사업자에서 탈피를 선언하고 '토털 IT서비스 업체'를 지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탈통신의 벤치마킹 사례로 꼽히는 BT(브리티시텔레콤)의 김홍진 한국지사장을 전사서비스재편 및 효율화(STO) 담당 부사장에 전격 선임했다. KT 외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수장들이 직접 나서 '탈(脫)통신' 수익모델 발굴에 여념이 없다.
올들어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인수합병이나 기업의 합종연횡과 조직재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과거 하드웨어(HW)나 네트워크 장치산업에 속하던 사업자들이 소프트웨어(SW)와 플랫폼 영역에 속속 진출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벌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M&A나 재편움직임이 제시하는 미래는 궁극적으로 ICT 산업내 전통적 역무구분 자체가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단순히 산업간 영역구분이 사라지는 컨버전스(Convergence) 시대를 넘어 새로운 차원으로 ICT산업이 진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IT컨설팅업체인 로아그룹은 최근 'ICT기업의 인수동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로아에 따르면, 새로운 ICT산업의 진화 과정은 단순SW 판매에서 SW와 HW를 조합하고 이를 기업 IT부분의 서비스와 엮어 일괄(턴키, Turnkey)로 판매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HW+SW+서비스'에 컨설팅까지 포함해 소위 트라이버전스(Trivergence, 3중융합) 환경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IBM과 시스코 등은 몇몇 대표주자들은 이미 지속된 인수합병을 통해 통합서비스 회사로 거듭난 바 있다. 이같은 탈바꿈의 바람이 전ICT업계로 확산되는 것인데, 올들어 칩셋메이커인 인텔이 보안솔루션 제조사인 맥아피를 인수하고, 노키아가 세계 최대 지도업체인 나브텍에이어 위치기반서비스 업체인 메타카르타와 모바일분석업체인 메탈리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HP와 델은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인 스리파(3PAR) 인수를 놓고 최근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여기에 국내외 통신사업자들도 탈통신을 주창하면서 경쟁양태가 복잡해지는 상황이다.
텔레포니카유럽 산하 오투(O2)가 인터넷전화업체 자자(Jajah)를 1억 5000만달러에 인수하거고,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셜네트워킹서비스개발사인 징가에 1억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NTT도코모는 지난 8월 미국 동영상 소프트웨어업체인 패킷비디오를 3억 달러에 전격 인수하기도 했다. 이들은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시장을 중심으로 산업별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기기간 통신(M2M), 보안 등이 통신업계가 주목하는 시장이다.
트라이버전스의 핵심 키워드는 '통합 플랫폼'이며 이를 구현한 대표적인 회사로 애플이 꼽힌다. 애플은 SW, HW, 서비스를 적절하게 조합해 자사 고객에 혁신적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해왔고 이를 통해 전세계 ICT산업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동시에 미래진화 방향도 제시했다는 것이다.
로아그룹은 "전통적 ICT공룡기업들이 HW사업에서 벗어나 SW에 투자하고 여기에 콘텐츠(CT)를 결합하는 시도를 이어가는 것은 스마트폰을 비롯해 태블릿PC와 스마트TV 등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의 잠재력에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훈 기자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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