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조선 채권단과 이견 인수 포기··향후 물량 다롄서 소화키로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이윤재 기자] 국내 조선소 인프라 확장을 추진해왔던 STX그룹이 결국 이를 포기하고 중국 투자 확대로 선회했다.
기업의 국내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고질적인 요인, 즉 금융권, 노조, 지역사회 등이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가 투자 중단을 불러일으킨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조선업계의 강력한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여력이 있던 대기업의 손길마저 외면하는 분위기로 인해 더 이상 국내투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TX그룹은 그동안 대한조선 인수 추진을 중단하고 더 이상 국내 조선소 인수는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대한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언론에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힌 후 STX그룹은 산은의 공식 통보가 오기 전까지 공식 언급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하루 뒤인 31일 그룹 경영진 차원에서 재협상은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STX 관계자는 "아쉽긴 하지만 더 협상을 끌고 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인수가격을) 공개할 순 없지만 대한조선 사정을 감안하면 우리가 제시한 수준에서 더 가격을 올려 재협상할 메리트를 찾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STX는 협소한 진해조선소를 보완하고 국내 인프라 확대를 위해 진해 조선소 확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를 위해 마련한 것이 진해 조선소 확장과 국내 중소 조선소 인수 였다.
하지만 진해 조선소 확장은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답보상태에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어렵사리 실마리를 풀기 위해 시도한 것이 대한조선 인수 추진이었다. 대한조선은 생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탐을 냈을 정도로 천혜의 명당자리였던 전라남도 해남에 약 14만㎡(4만5000평) 규모의 도크 1기를 운영 중이며 선박 입출항과 접안에 유리한 환경과 인근에 조선 클러스터를 갖추고 있으며 2, 3도크 용지 208만㎡(63만평)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6개월여의 협상 동안 채권단과 '출자전환 비율'에 대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인수가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STX는 채권단에 '3년 채무상환 유예 및 부채 100% 출자전환'을 요구해왔으나 산업은행은 채권단 내 이해관계 등을 고려해 STX의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중국에서 반가운 소식이 STX에 전해졌다. 2조2000억원을 들여 투자한 다롄 조선소에 중국 정부가 대형 선박 건조를 승인해 준 것이다. 물량을 수주해도 배를 만들 공간이 부족했던 STX로서는 중국측의 승인으로 숨통을 트게 됐고, 이는 한국내 인프라 투자에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게 됐음을 의미 한다.
결국 STX는 대한조선 인수를 포기해도 잃을 것이 없었다. STX는 대한조선 인수를 위해 준비한 자금을 향후 다롄 조선소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진해시와 대한조선이 소재한 해남군은 채권단과 지역 민심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수백~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STX의 투자금을 날려버렸다.
여기에 향후 STX가 수주한 건조 물량도 중국 다롄으로 빼앗길 것으로 보여 고용 확대 및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효과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더 나아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중소 조선업계는 국내 대기업의 투자 기회 또한 놓치게 돼 향후 구조조정이 더욱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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