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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글로 세상을 호령하다'


[아시아경제 강승훈 기자]


'글로 세상을 호령하다'
이종묵 지음/ 김영사 펴냄/ 1만3000원

한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탁월한 분석, 대중적인 글쓰기를 통해 조선 선비들의 감성과 사유 세계, 삶의 지향점을 우리 시대의 보편적 언어로 보여 왔던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이종묵 교수가 글과 음악, 풍류로 한 시대를 풍미하고 글로 세상을 호령한 선비들의 삶을 소개했다.


글로 세상의 주인이 된 조선 최고 문장가들의 마음 닦기, 책읽기 방법과 글쓰기 요령, 바른 스승을 구하고 평생의 친구를 사귀는 자세, 선비의 공부법 등 시대를 초월해 가슴을 울리는 쟁쟁하고 위대한 가르침을 엿볼 수 있다.

이종묵 교수는 지혜롭게 살아간 사람들의 글을 읽는 이유를 “옛글을 읽노라면 도심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도 아름다운 옛풍광을 즐길 수 있다. 남들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다른 세상을 옛글을 읽음으로 차지할 수 있으니, 옛글이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세상을 호령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바로 옛글이 지닌 힘이다”라고 주장했다.


천년의 풍경과 천년의 지혜를 담고 있는 옛글을 읽고, 그것을 통하여 내가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고 이로서 나를 위한 세상을 호령하는 일이 옛글을 읽는 뜻이다. 또한 우리가 3000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글을 지금 읽는 이유일 것이다.


문학과 예술이 그 어떤 시대보다도 화려하게 빛났던 조선. 그 조선을 사로잡았던 명문장가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세상을 경영하는 원대한 포부보다 그들이 중시했던 것은 무엇일까?


방 안에 누워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며 상상으로 천하의 빼어난 볼거리를 구경했던 성호 이익, 집 이름을 ‘지식의 바다’라 하고 그 안에 들어 앉아 책을 읽으며 동서고금의 진리를 깨달았던 이종휘, 비바람에 배가 표류하는 상황에서도 천하의 장관을 보겠다며 여행을 감행한 김종수, 북풍한설에도 마음에 맞는 벗과 좋은 경치를 즐기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던 김조순 등에게서 진정한 풍류를 즐기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낙숫물 너머 아이의 머릿니를 잡는 여인의 모습에서 인생의 지극한 즐거움을 깨달았던 유언호, 감사의 마음으로 맛있다 외치면 가난한 날 거친 밥도 꿀꺽꿀꺽 넘어간다던 서유구, 비록 게딱지집에 사는 것이 괴롭다 하여도 물고기 뱃속에서 장사를 치르는 것보다야 낫지 않느냐며 좁은 집을 싫다 하지 않았던 임숙영 등이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달관에 이르는 비법을 깨달을 수 있다.


내 몸을 위해 어찌 말 못하는 생물을 잡아먹겠느냐며 지렁이 탕을 먹지 않았던 채제공의 생태학적 지혜, 책 일만 권이 있고 술 한 병을 두면 바랄 게 없다던 남유용의 세상 살아가는 맛, 다섯 수레의 책을 가슴에 담기 위해 하루라도 책을 거르지 않았던 장혼의 책사랑, 세상의 공평한 도리는 백발뿐이라며 나이 듦을 겸허히 받아들인 이하곤의 자연스러움 등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았던 선비들의 즐거운 지혜가 현대를 살아갈 바른 길을 제시해 준다.


풍경에 취하고 책에 미치고, 일상에서 만나는 사소한 사건이나 물건에서도 깨달음을 얻고, 내가 사랑하는 삶을 살고 나를 위한세상을 호령했던 선비들의 주옥같은 명문장들은 그 시대만의 것이 아니요,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하고 있다.




강승훈 기자 tarophine@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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