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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강우석 감독이 만화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 '이끼'는 그가 처음으로 영화화에 도전한 만화다.
영화 '이끼' 개봉을 앞두고 서울 충무로 시네마서비스 사무실에서 만난 강우석 감독은 연출에 심혈을 기울인 만큼 무척 자신에 차 있었다.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고백하면서도 "2시간 40분의 상영시간 내내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 "원작 '이끼'를 꼭 넘어야 했다"
'이끼'는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외딴 농촌 마을을 찾은 주인공이 마을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 영화다. '강우석 버전'의 영화는 원작과 결말이 조금 다르고 원작에 없는 유머 코드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강 감독이 '이끼'를 영화화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페이지뷰가 3600만건을 넘길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원작이기에 그 부담은 더했을 터. 만화 원작 영화가 흥행에 종종 실패하는 것을 거울삼아 강우석 감독은 만화와 영화의 차이에 주목했고 그 간극을 메우는 데 골몰했다. 지난 20년간 '미다스의 손'으로 군림해온 그였지만 '이끼'를 필름에 담는 것은 녹록한 작업이 아니었다.
"영화를 보면 참 힘들었겠다 싶을 것입니다. 이전 영화처럼 순발력이나 현장 분위기로만 풀어나가기 힘들었어요. 정확하게 꿰뚫지 않으면 각 신이 맞물리지 못해요. 인물이 많아서 각 인물마다 시작과 끝을 맺어야 했습니다."
강우석 감독은 윤태호 작가를, 원작 '이끼'를 넘어서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제작이 결정된 후부터 '왜 하필 당신이 만드냐'는 팬들의 불만을 들었기 때문에 원작을 넘지 못하면 만드나마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영화를 찍는 내내 베테랑 감독을 괴롭혔던 부분이다. 원작에 없던 유머 코드를 넣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3시간 이하로는 이야기를 온전히 담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시간이 넘으면 1, 2부로 나눌 예정이었습니다. 2시간 40분도 제겐 행운입니다. 오히려 길기 때문에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장점이 될 수 있어요. 에피소드마다 끊기는 원작과 달리 영화는 2시간 40분간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지나치게 무겁게 느껴질까 봐 웃음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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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에 대해 깊게 이야기하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
강우석 감독은 '이끼'를 보며 '우리만화에도 이렇게 섬뜩한 서스펜스와 공포가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우리만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이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마치 우리 옆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사실적인 공포가 그를 움직였던 것이다. 강 감독이 만들어낸 '이끼'는 윤태호 작가의 '이끼'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르다.
"원작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영화만의 재미를 넣으려고 했습니다. 원작보다 못하다는 소문이 나면 이 영화는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윤태호 작가도 바뀐 결말을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이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강우석 감독의 집요한 노력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특히 영화 전반부는 강우석 감독의 영화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형식과 내용이 가득하다. '장인' 감독의 세공력과 '청년' 감독의 도전정신이 조화를 이룬 영화라 할 만하다.
강우석 감독에게 '이끼'는 승부수 같은 작품이다. 최근 제작한 영화들인 '김씨표류기' '백야행' '주유소 습격사건2' '용서는 없다' 등이 모두 흑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필사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강우석 감독의 차기작은 고교 야구부를 소재로 한 스포츠 휴먼 드라마 '글러브'다. 전혀 다른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에게 '이끼'와 '글러브'를 연출하는 이유는 하나다. '인간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찍으면 찍을수록 영화제에 대한 욕심보다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를 찍고 싶어진다"고 말하는 강우석 감독의 웃음에서 대가의 속 깊은 마음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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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석 기자 kave@
사진 박성기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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