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16세기 후반, 일본 전국시대를 사실상 통일한 오다 노부나가가 지방 군소 영주를 벗어나 전국적인 강자로 부상한 것은 당시 최강 세력 중 하나였던 이마가와 요시모토와 결전에서 승리한 이후입니다. 당시 이마가와는 2만5000명(4만2000명이라는 설도 있슴)의 대군을 이끌고 교토 입성을 시도합니다. 동원 병력이 이마가와군의 1/10에 불과했던 오다는 항복과 농성 대신 기습 공격을 감행합니다. 무모한 작전처럼 보였지만 오다군의 결사대는 한 여름 더위를 피해 휴식 중이던 이마가와군의 본진을 급습, 이마가와의 목을 따는데 성공합니다. 일본 역사를 바꾼 오케하자마 전투입니다.
이 승리로 오다 노부나가는 '오와리'의 영주를 넘어 일본 전국시대 통일을 위한 발판을 마련합니다. 승전의 전리품으로 이마가와 가문에 빼앗겼던 오와리 영역의 일부를 수복, 세력을 2배 이상으로 늘렸고, 이마가와로부터 마쓰다이라 이에야스(훗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독립해 노부나가와 동맹을 맺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적에게 항복하는 대신 정면 승부를 통해 위기를 넘기면서 세력을 비약적으로 키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23일 새벽,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2002 월드컵을 제외하고 원정 역사상 첫 진출입니다. 아르헨티나전 대패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마지막 나이지리아전 무승부와 아르헨티나의 그리스 격파로 16강 대열에 극적으로 합류했습니다. 전 국민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환호하는 순간을 독점 중계한 SBS는 아마도 이번 월드컵 결과에 가장 민감한 종목일 것입니다.
SBS는 이번 월드컵에서 다른 공중파 방송을 제치고 단독으로 중계권을 땄습니다. 중계권료만 750억원입니다. 제작비 100억원 등을 합치면 약 1086억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시청자의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과연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실제 증시에서도 연초 5만원을 넘던 SBS 주가는 지난달 초 3만3000원대까지 떨어집니다. 관계기관의 규제가능성과 함께 월드컵 단독중계에 따른 수익창출의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같은 우려는 첫날 그리스전 완승으로 일축되는 듯 했지만 아르헨티나전의 대패로 현실화 되는 듯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극적인 16강 진출로 우려는 기대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조별 예선경기 SBS의 편당 광고 단가는 9200만원입니다. 15초짜리 이 광고는 아르헨티나전에서 76개가 붙어 이날만 SBS는 70억원의 광고수입을 거뒀다고 합니다. 평소보다 7~8배 비싼 광고지만 월드컵 특수를 노리는 기업들 덕에 매경기 광고도 매진됐습니다.
전문가들은 16강 진출이 손익분기점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부는 이미 그리스전 승리로 사실상 손익분기점은 넘었다는 분석도 합니다. 정확한 손익을 지금 따질 수 없지만 SBS는 이번 월드컵 베팅을 제대로 한 셈입니다. 경기 중계외에도 월드컵과 관련된 수많은 에피소드를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SBS의 이번 베팅이 반갑습니다. 지난달 초까지 하락하는 바람에 기존 투자자들은 가슴을 졸였겠지만 새로 투자를 결정할 사람들에겐 저가 매수의 호기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SBS의 전날(22일) 종가는 3만6900원인데 증권사들이 제시하고 있는 목표가는 최저 4만4000원에서 최고 6만5000원입니다.
투자의견은 목표가 4만4000원의 KB투자증권만 '보유(Hold)'이고, 나머지는 모두 '매수(Buy)'입니다. '매수' 의견의 이유를 월드컵 이후에서 보고 있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월드컵으로 인한 수익이 당초 예상치를 넘어서겠지만 월드컵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이벤트입니다.
목표가 5만6000원을 제시한 신영증권은 'KBS2 광고폐지' 등 방송광고시장의 구조적 재편을 SBS에 기회라고 봤습니다. KBS2 채널의 광고물량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표가 6만5000원의 키움증권도 간접광고, 민영미디어랩 도입, KBS 수신료 현실화에 따른 KBS2 광고의존도 축소 등은 민영 지상파 광고시장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평가했습니다. 현 주가에는 종합편성 PP 도입에 따른 우려가 과도하게 평가됐다고도 봤습니다.
유일하게 '보유' 의견을 유지하고 있는 KB투자증권도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것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평가했습니다. 16강전이 토요일(26일) 오후 11시에 열리기 때문입니다. 조 1위가 됐다면 월요일(28일) 새벽 3시에 경기를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KB투자증권은 KBS2 광고폐지와 민영미디어랩 도입이 결정될 때까지 보수적 시각을 유지하겠다고 합니다. 규제완화가 본격화 돼야 SBS의 16강 진출도 가능하다는 시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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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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