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주식투자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증시 격언입니다. 하지만 막상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당장 주가가 오를만한 뉴스가 나왔는데 냉정하게 판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뉴스만 봐선 충분히 더 오를 듯 한데 냉정하게 돌아서 나오는데는 상당한 절제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증권시장의 정보 유통구조를 본다면 이 격언을 충실히 따르지 않는다면 낭패를 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 정부 들면서 증시 테마의 진원지가 된 지식경제부는 홈페이지에 매주 금요일 오후 다음주 나올 보도자료 제목을 공개합니다.
발빠른 투자자들은 이 제목을 보고 증시의 연관된 종목을 찾습니다. 그리고, 예고된 기사가 나오기 전날이나 당일 오전, 시장에 '이런 뉴사가 나온다더라'는 소문이 돕니다. 심지어 예고된 기사가 나오기 직전, 관련 보도자료가 유출돼 시장에 돌기도 합니다. 자연스레 해당종목 기사는 상승세를 탑니다.
그리고, 막상 뉴스가 나오는 오전 11시. (보통 정부의 다음날 조간 보도자료의 온라인 엠바고(보도제한) 시간이 오전 11시입니다.) 시세를 내던 종목은 뉴스가 나오면 오히려 하락 반전합니다. 과거엔 뉴스가 나오면 조금 더 오르다 떨어졌는데 요즘은 뉴스가 나오기 직전 밀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정보의 사전유포와 이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의 숫자가 늘었다는 얘기입니다.
15일은 이같은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 하루였습니다. 개장전부터 터키에 100억달러 규모의 원전수출이 가시화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습니다. 관련해 증권사 보고서까지 나왔습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테마주들에 매기가 몰렸습니다. 가장 탄력이 좋은 모건코리아가 8% 이상 급등하며 다른 테마주들을 이끌었습니다. 비에이치아이가 5%까지 올랐고, 한전KPS도 2% 가까이 오르며 본격적인 상승채비를 마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뉴스가 나오자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모건코리아와 비에이치아이는 10% 이상 하락한 채 장을 마쳤고, 한전KPS는 7% 이상 하락했습니다. 뉴스를 보고 뒤늦게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은 갑자기 쏟아진 매물 폭탄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날 오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됐습니다. 이번엔 정부발표가 아니라 기업의 공시였습니다. 쌍용차가 러시아에 16만대를 수출한다는 소문이 시장에 돌았습니다. 잠시 후 오후 2시 관련공시가 나올 것이란 얘기도 들렸습니다. 이 소문들과 함께 쌍용차는 보합권에서 6% 이상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오후 1시53분, 소문과 같은 내용의 공시가 실제 나왔습니다. 그리고 주가는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약보합까지 밀렸던 주가는 겨우 2% 상승하는 선에서 마감했습니다. 다음날인 16일 장에서도 쌍용차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은 총 대신 돈을 들고 하는 전쟁터입니다. 일반투자자들이 뉴스와 공시를 보고 투자를 할때 전문 트레이더들은 언제 뉴스가 나오고 공시가 나올지를 연구합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모멘텀 투자로 돈을 벌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당신이 뉴스를 보고 살때 물량을 던지는 사람들이 들은 것은 소문이 아닙니다. 그들은 사실을 확인하고, 소문을 낸 사람들입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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