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5m 앞에서 눈으로 직접 본 천안함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하루 전인 19일 오후 평택2함대. 오후 2시 한강 중지도에서 육군 CH-47 시누크 헬기를 타고 30분만에 평택2함대에 도착했다. 평택2함대 안에는 천안함이 10m높이 담장 안에서 두 동강이 난 채 서 있었다.
담장 안에 들어서자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연돌. 연돌은 침몰당시 폭발 충격으로 갑판에서 뜯겨져 나간 것을 인양한 것이다 . 연돌은 종이처럼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장난감 배를 자동차가 밟고 지나간 듯 연돌내부는 전선과 찢겨진 철판이 뒤엉킨 모습이었다. 뜯긴 부분은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올라와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충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아비규환과 같은 상황에서 우리 장병들이 겪었을 고통이 뼈를 저리는 듯했다.
옆에는 선체 가운데가 뻥 뚫려 두 동간 난 천안함이 서 있었다. 길이 88.3m, 너비 10m인 천안함은 중앙의 10.8m 길이의 가스터빈실이 없었다. 폭발로 사라진 것이다. 천안함 선체는 135개의 철판(프레임)을 60cm간격으로 골격에 붙여 만들었다. 가스터빈실은 67번째 철판부터 시작한다.
현장을 기자들에게 공개한 민군합동조사단 박정수 준장(합참 전력기획과장)은 "선체 가운데가 충격을 받으면서 위로 솟구친뒤 그 두 배만큼 내려가 배가 찢겨졌다"면서 "좌현 밑부분에서 충격을 받아 가스터빈실이 함체 오른쪽 방향으로 날라가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준장은 "함체 좌현에는 수압에 의한 충격으로 도장을 찍은 것과 같이 동그란 모양으로 페인트가 떨어져 나갔다"고 덧붙였다.
함미와 함수 절단면에는 100여개가 넘는 전선들이 축 처진 채 늘어져 있었다. 함미 절단면에는 격실로 통하는 통로가 보이지 않았지만 함수 절단면에서 보니 복도가 보였다. 함체의 절단면의 철판도 한결같이 아래에서 위로 말려 있었다.
박 준장은 "천안함은 사고당시 가스터빈실은 작동하지 않았지만 디젤엔진을 작동중이어서 음향감응어뢰가 이 부분 아래 3m부근에서 타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스터비실과 연결돼 있는 디젤엔진부분의 소음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함수부분 85번부터 100번째 프레임은 0.5m 올라와 있었으며 함미 좌현부터는 1.4m 올라갔다. 좌현과 우현에 2개가 있는 스쿠르는 일부가 부러져 있었다. 함미 인양때 바지선에 부딪히면서 부러졌다고 한다.
천안함 우현 스크루의 날개가 휘어진 것에 대해 박 준장은 "스웨덴 참가요원들이 스크루를 생산한 본국 제조사에 확인한 결과 천안함은 충격 직후 모터가 멈추면서 힘이 가해져 휘어졌을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사고당시 논란이 일었던 물기둥 논란도 정리됐다. 박 준장은 "사고 당시 백령도 해병대 초병근무자가 100m이상의 물빛 물기둥을 본 것으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천안함 우현의 앞에서 함미쪽으로 걸으가며 설명을 듣다보니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났다.다시 헬기에 오르기 위해 무거운 발길을 돌렸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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