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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풀로 보는 사람과 꽃으로 보는 사람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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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의 재미있는 전원살이

[마니아]풀로 보는 사람과 꽃으로 보는 사람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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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에 흙을 한차 받았다. 앞집 노인네가 좋은 흙이라고 하길래 덩달아 한차 주문을 했다. 어떻게 쓰겠다는 정확한 계획은 없었고 막연하게 봄 나면 정원에 나무도 심고 화단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좋은 흙이라는 말에 그야말로 생각없이 충동구매를 한 것이다. 법정 스님이 무소유에 대해 그렇게 타일렀건만 한 줌 흙에도 중생은 욕심을 냈다. 그 욕심이 결국은 봄 내내 골칫덩어리가 됐다. 좁은 마당에 계획없이 흙 한차를 부어 놓으니 어떻게 써야 할지 방법이 생기지 않았다.


여기 저기 구석구석 수레에 실어 날라 꽃도 심고 나무도 심어야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그렇게 한가롭게 흙장난을 할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았다. 화단 끝에 있는 산수유 꽃망울이 노랗게 맺히기 시작하면서 동면하던 식물들이 푸릇푸릇 새싹을 보였다.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트릴 자세다.

작년에 받아놓은 흙이 그런 화초들을 반은 덮고 있으니 몸은 안 따라주고 조급증만 생겼다. 거기에 머리라도 좋으면 묘안을 찾을 수 있을 텐데 그것도 용량미달이라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한 차 밖에 안 되는 흙을 어떻게 쓸 요량을 생각해내 못해 봄 나면서 끙끙거리는 나도 참 한심스러웠다.


욕심은 많은데 바쁘기도 하고 거기에 머리는 따라주지 못하니 사고를 칠 수 밖에 없다. 쉽게 생각해 포크레인을 불렀다. 하루에 40만원 주기로 하고 이것저것 하루치 일거리를 만들어 기사분을 모셔왔다. 봄철이라 포크레인도 쉽게 구할 수 없어 그야말로 수소문하여 모셔오는 수밖에 없었다.

[마니아]풀로 보는 사람과 꽃으로 보는 사람의 차이

윗집 털보 아저씨네가 정원이 비좁다며 나무 몇 뿌리 가져가라고 하여 봄날을 기약하며 얻어 놓은 것도 이참에 옮겨 심을 계산을 했고 겨울을 나며 모인 쓰레기도 정리해 버리기로 했다. 그렇게 하여 나무를 옮겨다 심는 것 까지는 잘 했는데 마당에 흙을 펴는 것에서 문제를 만든 것이다.


“흙무더기는 잔디 위에 얕게 펴 주시고요 이렇게 싹이 올라오는 것들은 작년에 어렵게 구해 심은 꽃나무들이니 다치지 않게 잘 해주세요.”


남는 흙은 따로 쓸 생각이 있어 우선 잔디밭에 흙을 고르게 펴 달라는 부탁을 하고 볼일이 있어 잠깐 바깥일을 보고 오겠다며 나갔다. 그 사이에 포크레인 기사 양반은 딴에는 열심히 할 마음으로 아주 깔끔하게 ‘나라시’(목욕탕에서는 때를 미는 것을 말하고 건축 현장에서는 평평하게 고르는 것을 말하는 건축현장 용어다. 일본말이 건축현장에서는 아주 많이 쓰인다. 일본 식민지의 잔재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것이 건축용어일 게다.)를 해 놓을 것이다.


일을 시켜보면 포크레인은 무섭다. 그야말로 겁나게 일을 많이 한다. 몇 시간이면 산 하나도 훌러덩 까 제킬 정도로 힘이 세고 부지런한 포크레인이다 보니 흙 한차 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고 지나치게 열심히 하여 도를 넘어 선 것이다. 잔디는 아예 묻어 버렸고 그 주변으로 몇 년에 걸쳐 정성을 들였던 야생화와 허브, 꽃나무들도 생매장을 시켜 놓은 것이다.


거기에 ‘나라시’만 생각한 포크레인 기사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꽃이 심어져 있던 울퉁불퉁한 밭도 ‘슥슥’ 밀어 놓았다. 그 속에는 반 키쯤 되는 라일락도 한 포기 있었고 조팝나무며 매발톱꽃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목이 잘려졌거나 생매장 돼 있었다.


그러면서 열심히 일한 당신은 담배를 피우며 의기양양하게 다음 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을 시킨 내가 잘 못이지 열심히 일한 포크레이 기사 아저씨 잘못은 없었다. 있다고 해도 이미 상황은 끝난 것을 뭐라 해봐야 서로 기분만 나쁠 것이라 속을 달랬다. 그래도 혼자말로 한마디 하는 수밖에 없었다.


“잔디를 살짝 덮어 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묻어 버리면 어떻게 해요. 여기 이런 것들은 꽃나무들인데… 궁시렁 궁시렁…”


“잔디에 잘 펴 달라고 했잖아요. 그리고 이런 것들은 풀 아니에요?”


밭이나 들판에 자라는 것들도 내가 아끼면 화초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전부 풀이고 잡목이다. 그래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곡식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 밭가에 있는 나무는 그늘진다며 다 잘라 버린다. 그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둘째고 곡식을 우선으로 하여 해로운 것들은 없애 버린다.


[마니아]풀로 보는 사람과 꽃으로 보는 사람의 차이

어떤 이가 전원주택을 짓겠다는 생각으로 좋은 땅을 하나 샀다. 밭가에 있는 느티나무가 좋아 전원주택을 지으면 운치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당장 집 지을 형편이 아니다보니 이웃집 아저씨가 붙이겠다고 하여 그렇게 하라고 했다. 어느 날 가보니 밭가에 있던 나무들이 오간데 없이 잘려져 있었다. 밭을 빌려 농사짓는 아저씨가 곡식에 그늘진다는 이유로 싹뚝 잘라 버린 것이다. 전원주택을 짓겠다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가치였던 밭둑의 나무가 농부의 입장에서 보면 곡식에 볕을 가리는 ‘나쁜 나무’일 뿐이었다. 농부에게는 곡식이 최고의 가치다. 그걸 뭐라 할 수는 없다.


까고 뭉개는 것이 전문인 포크레인 기사 입장에서 보면 평지 만드는 것이 우선이고 정원에 삐죽삐죽 올라오는 것들은 잡초일 뿐이다. 하찮은 풀도 그것을 아끼면 야생화가 되고 정원의 훌륭한 화초가 된다. 어떤 임자를 만나는지에 따라 가치는 달라지는 것이다.


충주에서 야생화 식물원을 하는 이가 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젊은 나이에 동네의 논과 밭을 빌려 야생화 농사를 짓고 있자니 동네 어르신들은 잡초 농사를 짓는 미친놈으로 취급하더라고 했다. 그야말로 젊은 놈이 미쳐서 잡초를 기르고 있다며 손가락질을 했다. 동네 어르신들이 보기에는 벼를 심어야 할 논에 밭둑이나 산에서 자라는 잡초들을 갖다 정성을 들이고 있으니 미쳤다고 밖에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기른 잡초가 지금은 아담한 야생화식물원으로 바뀌었다.


하나의 식물을 두고 ‘풀로 보는 사람과 꽃으로 보는 사람의 차이’는 전원생활 하는 사람들이 이웃으로 인해 종종 겪는 불편함의 정도일 것이다. 그런 차이가 시골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며 이웃과 겉돌기도 한다. 어느 편이 잘 못된 것이 아니라 가치관의 차이다.


어찌 되었든 나는 텃밭에 흙을 펴느라 포크레인 기사가 열심히 ‘나라시’ 해놓은 땅을 뒤져 그 속에 생매장 된 나무를 찾고 풀을 찾느라 며칠을 허비했다. 진짜 몸도 마음도 바빠지는 시골을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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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 OK시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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