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통 강조하는 김중수 차기총재+美 저금리 기조 상당기간 유지 발표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정부와의 '소통'을 강조하는 김중수 OECD대사가 지난 16일 한국은행 차기총재로 내정된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도 기준금리를 현재와 같은 제로수준을 상당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ㆍ미 모두 경기판단을 상향조정하고 있지만 최근 남유럽 P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그리스ㆍ스페인)사태와 같은 돌발 상황에 따른 글로벌경기 더블딥(경기이중침체) 우려가 여전한데다,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하지 않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면서 굳이 저금리 기조를 조기에 종료할 필요가 없다는데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초저금리 유지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상당기간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우선 통화정책 수장인 한은 차기총재로 내정된 김중수 OECD대사는 재정우려와 정부와의 협조, 글로벌 정책 공조라는 3대 원칙을 가지고 있는 만큼 출구전략의 최후보루인 '기준금리 인상카드'를 쉽게 내밀지 않을 것이 확실시된다.
김 대사는 차기총재 내정 후 가진 인터뷰에서 "성장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지만 경제가 어려울 때 판단이 쉽지 않다"고 전제한 후 "정책은 선택의 문제이며 방향성은 대통령이 잡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또 출구전략에 대해서는 "통화와 재정, 금융정책 등 3가지 수단이 조화를 이뤄야 하지만 출구전략 진행방향은 순차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함으로써 평소 소신대로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의 정상화 이 후 기준금리 조절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일각에서는 올 상반기 중 한차례, 0.25%포인트 정도의 금리인상을 점쳐왔지만 김 대사의 한은 총재 내정으로 급격한 경기회복이 현실화되지 않는 이상 올 연말까지도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염상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김 차기총재의 과거 발언 등을 종합해보면 기준금리 연 2.0%가 9월까지 계속되고 향후 1년 후 기준금리를 2.75%정도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상시기의 상당기간 연기는 미국의 초저금리 유지 방침 소식, 그리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부의장 비둘기파 임명 가능성 등을 고려하더라도 그 윤곽이 더욱 뚜렷해진다.
미 연준 이사회는 현지시간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제로수준(0∼0.25%)인 현재 기준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연준은 고용시장의 안정, 경제활동의 지속적인 강화라는 진단을 내놓으면서도 '저금리를 장기간(extended period)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배경으로 장기적인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 인플레이션 억제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성태 한은총재도 3월 금통위 후 같은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 총재는 "2월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물가목표치인 3%보다 낮은 수준으로, 당분간 물가가 급등세를 보이진 않을 것"이라고 밝혀 아직까지는 저금리 상황이 지속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의 징후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인플레이션 압력 약화 속에 미국에서는 재닛 앨런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노널드 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부의장 후임으로 지명되면 연준 이사회가 예전보다 비둘기파에 가까워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오는 11월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까지 금리인상을 자제하는 분위기속에 김 차기 총재가 독단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 재정부양정책, 중기 보증지원 등 비상금융정책 종료 후에나 기준금리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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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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