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 일가가 결국 채권단의 압박에 승복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동안 사재출연거부 배경과 똑같은 경영권에 대한 집착으로 분석된다.
8일 금융, 산업계에 따르면 금호그룹 오너 중 사재출연을 거부한 쪽은 창업자 고 박인천 회장의 아들 넷 가운데 현재 박삼구 명예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주주들이었다.
넷째인 박찬구 전 화학부분 회장은 채권단에 사재출연을 약속하면서도 의결권을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하지 못했다. 금호석화의 경영권을 되쥐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둘째인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인 박철환 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 등 박 회장의 조카들도 사재출연을 그동안 거부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내세운 대의명분은 경영부실의 책임이 자신들에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 및 산업계는 박 부장 등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염두에 두고 주식 및 의결권에 집착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오너일가들은 수 백개의 계열사들이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쉽게 법정관리나 추가워크아웃 결정을 내리지 못하리라는 점을 굳게 믿으며 제3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꿈꿔왔었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들이 경영권 집착을 거꾸로 이용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 그리고 자율협약으로 1년간 채무유예 및 3년간 경영권 보장을 약속하며 자율협약 체제에 들어갔던 금호석화에 대한 워크아웃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이 경우 그룹 오너일가는 지주회사격인 금호석화의 경영권은 물론이고 아시아나항공에서까지도 경영에서 손을 놔야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단 오너들의 사재출연으로 협력사 대규모 부도사태는 면하게 됐지만 이들 가족관계가 갑자기 돈독해져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향후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마련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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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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