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 풍부한 석유자원을 가진 UAE가 원유를 활용한 발전소를 팽개치고 원자력 발전에 나선 이유는 뭘까.
UAE는 원유매장량이 978억배럴로 전 세계 5위, 점유율 8.1%다. 가스매장량도 213조입방피트로 세계 5위, 점유율 3.4%나 된다.
이런 나라가 원전 건설을 시작했다. 무려 4개 호기의 사업비만 400억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47조원 규모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이다.
UAE는 원유사용을 줄여 자원을 후손들에게 남겨주려는 목적을 갖고 원전 건설을 서두른 것으로 풀이된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원전 시공사 선정을 발표한 자리에서 "50년 이후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말로 원전 건설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원유수출을 지속할 경우 매장된 원유의 고갈 시점이 가까워질 수 있고, 이런 상황은 종국에 국가의 지속성장을 뒷받침할 수 없는 여건을 만들게 된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자국 내에 석유를 활용한 발전소와 담수화시설 등을 건설해 왔지만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녹색시대를 맞아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만 국제질서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 원전건설을 서두른 것으로 분석된다.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왕권제도의 UAE가 최근 열린 코펜하겐 기후회의의 합의나 국제적 흐름 속에서 장기적으로 국가발전을 위해 화석연료 대신 녹색에너지 생산방식으로 선회한 셈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위험성이 과잉 포장돼오던 인식에서 벗어나 원전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발생을 최소화하는 대안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원전건설에 적극적 자세를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UAE가 이른바 '마스다르 시티'라고 불리는 건설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 같은 국제적 흐름을 선도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도시는 이미 세계 녹색정책 입안자나 녹색단체들, 녹색을 지향하는 시민들의 좋은 볼거리로 거듭나 있다.
녹색도시 건설을 선점하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노력이 정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번 원전 수주를 앞두고 방문길에서 이례적으로 이 도시를 방문해 각별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마스다르 시티는 지난 2008년부터 건설에 들어간 '탄소제로' 녹색도시로 인구 5만명이 거주할 수 있다. 총 220억달러를 투자해 2016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UAE가 석유자원 고갈에 대비하면서 온실가스를 감축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녹색도시 건설에 나서고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원전 건설에 나선 것이다. 이에따라 UAE의 원전 건설은 이번 4기의 원전 외에 추가 발주를 통해 녹색 에너지원 건설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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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호 기자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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