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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시대] 충무로 인쇄골목의 역사

[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충무로 인쇄골목은1984년 을지로 '인쇄골목'이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이 곳에 있던 업체들이 충무로로 대거 옮겨가면서 도약했다.현재 충무로에는 인쇄업체가 대략 5000여곳이 있으며 종이,배달,코팅 등 연관 업체의 종사자까지 합칠 경우 10여만명이 인쇄업에 종사하고 있다.충무로가 한국 인쇄업의 메카임을 웅변하는 지표다. 그러나 충무로 인쇄골목은 서울시의 재개발계획 때문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어 현재의 영광을 이어갈 지는 미지수다.


◆영화 전단지 찍으면서 태어나

충무로 인쇄골목은 영화관과 함께 탄생했다. 일제시대 현 외환은행 본점자리에 '경성고등연예관'이 등장했다. 영화관들은 1914년에 '제2대정', 1916년에 '경성극장', 1917년에 '낭화관', 충무로 5가에 '조일좌', 1922년에 초동에 '수좌', 훗날 중앙시네마로 바뀐 '중앙관' 등이 속속 등장했다.이에 따라 영화 전단지를 인쇄하기 위한 인쇄소들도 하나 둘 모여들었다. 물론 숫자는 적었다.


1970년대까지 '인쇄골목'으로 자부한 곳은 중구 을지로 장교동 일대였다. 6ㆍ25 전쟁뒤 한지상들이 많이 있던 장교동 일대에 인쇄업체들이 자연스레 몰려들면서 인쇄골목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을지로 인쇄골목이 성황을 이루자 이웃한 충무로의 인쇄골목도 제법 규모를 갖춰갔다. 1960년대 말부터 주변에 세운상가, 진양상가, 풍전상가가 들어선 것도 계기가 됐다.

1984년은 대전환점이었다. 을지로 장교동 일대가 재개발로 헐리면서 500여곳의 인쇄업체가 충무로로 자리를 옮겼다. 다섯 명도 안 되는 직원에, 10평 미만의 좁은 공간에서 일하던 터라 영쇄 업자들은 충무로로 이전했다. 서울시는 충무로 인쇄골목에도 이전명령을 내렸지만 소용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충무로 인쇄골목이 태어났다. 이 때부터 '인쇄골목'은 충무로를 의미하는 말이됐다.


◆ 장인정신으로 배우고, 찍고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중구에는 5336개의 인쇄업체가 있고, 1만7200여명이 인쇄업에 종사하고 있다. 평균 업체당 세명꼴이다. 서울인쇄조합에 가입한 업체로 중구에 있는 업체는 이보다 훨씬 적은 1000여곳 정도다. 그러나 조합에 가입하지 않는 소규모 업체들을 포함하면 숫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종사자들은 인쇄업체외에 종이ㆍ배달ㆍ코팅 등 연관업체까지 포함한'인쇄산업 관련업체'까지 합한다면 1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조합측은 추산하고 있다.


좁은 길에 다닥 다닥 붙은 업체들은 소량 인쇄에 집중하고 있다. 대규모 인쇄는 파주와 성수동, 일산 등지에서 이뤄진다. 인쇄업체들에서 교육은 일대일로 가르치로 배우는 도제식으로 진행된다. 일본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구아이(물림쪽)' '하리꼬미(터잡기)' '시끼바리(당김 맞춤)' 등 일본어 인쇄용어가 그 흔적이다.


그러나 대량 생산체제와 디자인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도 적지 않다.최첨단 인쇄기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는 전언이다.그래서 충무로 인쇄업의 미래는 밝다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또한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를 제작한 '고려장인'의 후예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서울인쇄조합 부회장인 정민프린테크의 서병기 대표는 "직지심체요절과 외규장각도서를 프랑스에서 찾아낸 서지학자 박병선(83ㆍ여) 박사가 한국에 올 때마다 비용을 대면서 도왔다. 박 박사가 우리들의 뿌리를 입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을지로 '인쇄골목'의 뒷길을 밟을까


충무로 인쇄골목이 현재의 영광이 이어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서울시는 성수를 정보기술, 마포를 디자인, 종로를 귀금속, 여의도를 금융, 양재를 연구ㆍ개발 산업뉴타운으로 각각 지정했다. 중구는 '금융'으로 지정됐다. 여기에 맞춘 서울시의 '도심재창조 프로젝트'는 인쇄업체들에게는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서울시는 세운재정비 촉진계획과 연계해 중구 필동2ㆍ3가와 필동길 주변을 ▲산책 및 휴식을 위한 가로공원 ▲한옥마을과 연계한 전통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재개발이 진행되면 다른 곳으로 흩어질 수밖에 없다.지금도 기술을 배운 젊은 인력들은 파주와 성수, 일산으로 떠나고 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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