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미국 IT업체 오라클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엘리슨은 혁신적인 사고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러나 최근 그는 과거의 경영 기법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오라클의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인수 결정이 바로 그것. 오라클은 이를 통해 하드웨어, 컴퓨터 부품 시장 등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세분화·전문화를 추구하는 최근 IT산업 트렌드를 따른 것이라기보다 60년대 식 복합기업 모델에 가깝다.
이처럼 기업들 간 수직통합을 통해 자재, 제조, 유통 등과 관련된 계열사를 거느린 복합기업으로 거듭나는 경우가 최근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과거 성행하던 기업 간 수직통합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다시 등장한 것이다.
오라클 외에도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제각기 다른 이유로 수직적 통합에 나서고 있다. 미국 콘서트 기획회사 라이브 네이션의 경우 이벤트 프로모션과 티케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티켓마스터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고, 펩시는 유통을 장악하고자 하는 의도로 펩시 보틀링 그룹과 펩시 아메리카스를 전격 인수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수 년 전 매각했던 부품사 델파이를 올들어 되사들였고 보잉사 역시 비슷한 이유로 올해 보우트 항공산업을 인수했다. 아르셀로미탈과 뉴커는 원자재에 대한 접근도를 높이기 위해 각각 SHV노스아메리카와 런던 마이닝브라질을 합병했다.
보스톤 컨설팅그룹의 헤롤드 서킨 글로벌 헤드는 “최근 무게중심이 기업 분리에서 통합으로 다시 옮겨가고 있다”며 “이는 원자재 가격의 극심한 변동성, 공급업체들에 대한 재정적 압박, 경기침체로 인한 새로운 매출창구 발굴 노력 등이 원인이 돼 생겨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즉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경기침체가 수직적 통합을 불러일으켰고, 이것이 인수합병(M&A)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pos="L";$title="";$txt="래리 엘리슨";$size="321,230,0";$no="2009120111445370506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2년 전까지만 해도 엘리슨 CEO는 오라클은 소프트웨어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곤 했다. 그는 당시 “하드웨어는 우리가 야망을 갖고 있는 사업 분야가 아니다”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 당시에는 선택과 집중이 기업들에게는 미덕이었다. 1980년대 철강업체들은 채광사업장을 매각했고, 90년대 자동차 기업들은 부품사들을 분리해 냈다. IT업체들도 다양한 컴퓨터 제품을 판매하던 데서 칩이면 칩, 소프트웨어면 소프트웨어 하는 식으로 전문성을 갖춰나갔다. 제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갖추고 있는 통합기업은 카네기철강이나 포드 자동차 같은 오래된 기업들이 따르는 모델로 여겨졌다.
수직적 통합으로 복귀하려는 최근의 트렌드가 과거의 양상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수직적 통합은 과거보다는 ‘가벼운’ 형태로 이루어진다. 과거처럼 제조부터 판매까지 모든 사업부를 갖추는 것이 아니라 핵심 부품의 제조사, 핵심 유통망만을 인수하는 형식이라고 WSJ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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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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