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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기업 옮길 환경조성부터"

정총리-전경련 회장단 전격회동
정부 법인세 면제 등 파격인센티브 약속
총수들 "적극 검토하겠지만..." 말 아껴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 17일 저녁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정운찬 국무총리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만찬회에서 재계는 정 총리가 제시한 세종시 정책의 당위성과 인센티브 제공안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섣불리 회사를 세종시로 이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재계는 세종시 문제를 얼떨결에 기업이 떠안게 됐다는 데 가장 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기업이 세종시 문제를 떠안았다?= 참여정부는 당시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와 기업도시를 내세웠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기업을 내려 보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세종시에 중앙부처를 내려보내면 서울시 위주의 인구 집중화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기업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으로 본 것이다. 또한 세종시와 별개로 '도요타시'와 같은 기업도시 개념을 제시해 자발적인 필요에 따라 지방이전 추진을 유도하는 등 기업에 자율적인 투자를 권유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는 직접적으로 세종시의 자급기능 확충을 내세워 기업이 내려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이 들어오면 인구도 늘고 인프라 투자도 이뤄질 것이라는 논리로 바뀐 것이다. 이는 곧 기업에게 세종시의 성공이 달려 있다면서 짐을 떠맡긴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렇지만 이를 드러내지 못하고 속만 끙끙 앓는 모습이다.


이날 만찬장에서 만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섣불리 판단할 사항은 아니다. 일반 가정이 이사를 갈 때도 많은 준비가 필요한데 기업이야 오죽하겠느냐"면서 "당장 허허벌판인 세종시에 기업이 내려간다고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학교 병원도 없는 도시에 누가 가나?= 막대한 이전비용 부담도 기업이 져야한다. 건물 부지 구매 대금 및 관련 세제 장벽은 최대한 낮춰준다는 게 정부의 유인책의 핵심이다. 정 총리는 법인세 면제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용을 줄여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본사나 공장이 이전하면 해당 기업 뿐만 아니라 협력사들도 연쇄적으로 세종시 현지에 본사를 이전하거나 사무실을 개설해야 한다. 이러한 비용을 모두 합치면 기업이 짊어지게 될 부담은 매우 커지게 된다.


기업의 구성원인 임직원들을 납득시키기도 쉽지 않다. 정 총리가 스스로 밝혔듯이 세종시는 현재 도시승격을 위한 인구 50만명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 병원 등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한 제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젊은층들은 지방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는 사회적 문제가 여전히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윤택한 삶을 보장받을 수 없는 세종시에 우수한 인재가 내려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자칫 섣부른 기업 이전이 인재의 유출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여기에 세종시에 정책적 특혜가 집중될 경우 타 지방의 반발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자신의 지역에 투자를 검토했던 기업들이 세종시로 입주지역을 바꾸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서 세종시 기능이 뒤바뀌는 경험을 한 기업들이 다음 정권때 또 다시 세종시 문제가 뒤집혀지지 않을까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라면서 "정권은 5년을 보지만 기업은 10년, 100년 앞을 내다보는데 자칫 이번 정권 정책에 맞춰 따라갔다가 다음 정권 때 어떤 문제에 부딪칠지가 걱정이다. 정부가 충분히 밑거름을 닦아준 다음 기업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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