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우리 기업들이 환율 변동의 충격에 노출되는 정도가 90년대에 비해 2배 이상 커졌지만, 기업 수익이 과거에 비해 환율 변화에 덜 영향을 받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15일 '환율 충격 흡수력 높아졌지만 휘둘리는 구조 여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상장 제조업체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1990~1991년 696개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은 1.71%P 감소하는 구조였는데, 2007~2008년에는 감소폭이 3.85%P로 약 2.3배 커졌다. 물론 수출입 가격과 물량의 변화가 없다고 가정한 후 단순 계산한 것이다.
환율 노출 구조는 심해졌지만, 실제로 나타난 영업이익률 변화는 그만큼 크지 않았다.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효과적으로 대응했기 때문.
1986~2008년 연간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는 제조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1.27%P 줄었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0.79%P 정도였다.
보고서는 수출품의 품질이 좋아졌고, 수출 계약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11%로 낮아져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점을 들었다. 중간재 수입 비중이 늘면서 환율 하락이 생산 비용을 낮추는 쪽으로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보고서는 환율효과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환율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에 기업수익이 환율변화에 휘둘리는 구조는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금년 상반기 국내외 수요의 극심한 위축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실적이 괜찮았던 것은 원 달러 환율이 작년 평균치에 비해 20% 가량 상승한 결과 전체 환율효과가 작지 않았던 때문이라고 봤다.
마찬가지로 현재 환율이 상반기 평균에 비해 10% 이상 하락한 상태인 데다 내년 중까지 추가 하락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수익악화 정도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만약 세계경기 회복이나 우리 주력수출품의 단가 회복세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화환율만이 하락세를 유지한다면 이에 따른 수익악화 효과가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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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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