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숨은 투자의 거장들③]대박과 파산 '비운의 큰손'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기꾼 '제시 리버모어'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며칠 전 우리 증시에서 갑자기 철도 관련주들이 급등했다. 배경은 워렌 버핏이 미국의 유명 철도 회사를 약 51조원에 매수한다는 소식이었다. 한 명의 투자자가 미국의 미래에 베팅하자 뉴욕증시가 상승했으며 태평양 건너 우리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직접적인 연관성 보다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모습이었다. 단 한 명의 거물 투자자의 힘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힘을 버핏은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주식시장에는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100여년 전 미국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07년 미국 증시는 금융사들의 신용위기로 주가 급락 사태를 맞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금융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J.P 모건은 갓 30살이 된 한 젊은이를 찾아가 공매도를 멈출 것을 요청한다. 그 사람은 요청을 받아들였고 매도에서 매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시장은 반등하기 시작했고 그는 하루 만에 다시 3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그가 바로 월스트리트 역사상 최고의 투기꾼이라 불리던 제시 리버모어였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리버모어는 아버지가 초등학교도 중퇴시키고 농사를 짓게 하자 14세가 되던 해 단 돈 5달러를 들고 가출한다. 보스턴으로 간 그는 증권회사에 취직하고 다음 해부터 사설 증권사를 돌며 주식을 시작한다. 주식의 패턴을 기록해 분석하던 그는 자신만의 노하우와 원칙을 세우고 이를 초단타거래에 이용해 20세 무렵까지 1만 달러를 벌게 된다. 그러자 증권사들은 그를 꼬마 노름꾼이라 부르며 출입을 아예 금지시킨다. 리버모어가 어린 나이에 보다 큰 물인 뉴욕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그 때가 20살이던 1897년 이었다.

뉴욕으로 간 제시 리버모어는 초기에는 손절매 타이밍을 놓쳐 여러 차례 실패했지만 공매도 위주의 고유의 투자기법이 발전하면서 보다 거물이 되는 기반을 마련한다. 그리고 10년 후인 1907년 미국 증시가 크게 하락하자 많은 돈을 벌고 월스트리트의 큰 곰(약세장 투자자)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보스턴의 꼬마 노름꾼에서 드디어 월스트리트의 거물이 된 것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세계 최고의 부자 반열에 들어서게 됐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남의 말을 듣고 면화선물에 투자했지만 크게 실패해 파산했다. 어떤 정보도 취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원칙을 깨뜨린 대가였다.


원칙을 깨뜨린 대가는 컸으며 여기저기 돈을 빌리는 굴욕을 견디며 재기를 다짐한다. 재기의 기회는 전쟁에서 왔다.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미국 증시는 다시 활기를 찾았고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되찾아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1929년에 찾아온 대공황은 그를 월스트리트의 정점에 서게 만들어줬다. 몇 달 전부터 주가가 폭락할 신호를 감지한 그는 조용히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공매도로 포지션을 옮겨 놨다. 그리고 주가가 폭락한 겨우 며칠 동안 그는 1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현재 가치로 따지면 2조원이 넘는 돈이다.


세계 주식시장의 정점에 섰지만 그의 행복은 또 다시 잠시였다. 사람들과 언론은 그를 대공황의 주범으로 몰아갔고 수없이 많은 살해 협박으로 인해 사설 경호원까지 고용할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여러 번의 파산으로 인해 생긴 우울증(당시엔 우울증이란 병명도 없었다)과 불행했던 결혼생활 등이 겹쳐 그는 지쳐갔다. 삶에 지쳐가자 투기는 점점 힘들어졌다. 개인적 불행의 영향으로 원칙도 사라지고 의욕도 사라진 그는 불과 5년 만에 다시 파산한다. 우울증은 더욱 악화됐고 1940년 11월28일 권총 자살한다. 영화 같은 투기꾼의 삶이 영화처럼 끝나는 순간이었다.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 종목 수익률 100% 따라하기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