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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투자의 거장들①]옛 소련 채권 헐값매입 ‘60배 대박’

유럽 최고의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

-추천종목 좇는 대신 투자 사상력 중시
-70년 배테랑 경력..유럽 전설적 투자자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타히티의 여인들이라는 그림으로 유명한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은 한때 파리의 주식중개인이었다. 주식을 중개하던 그는 투자에 실패해 엄청난 빚을 지고 가족과 친구들을 버리고 타히티로 도주했다. 후세 사람들은 그가 만약 주식투자에 실패하지 않았더라면 20세기 회화의 발전이 크게 더뎌졌을 거라고 평가했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빛의 화가 렘브란트도 한 때 투자에 미쳤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버블이라고 하는 네덜란드 튤립투기에 발을 담갔지만 상투를 잡고 집과 미술품 모두를 잃고 파산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그의 작품은 명암의 깊이가 더욱 깊어졌을 뿐더러 인간의 내면을 자화상에 투영하기 시작했다.

예술과 투자를 연결하는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투자 실패가 예술혼을 불태우는 결정적 계기가 됐던 경우가 많다. 도박 빚을 갚으려 죄와 벌을 써낸 도스토예프스키가 그랬고 주식투자에 실패해 빚쟁이를 피해 다니다 60세가 돼서야 로빈슨 크루소를 출간한 대니얼 디포가 그랬다. 이렇게 보면 투자가와 예술가는 그다지 먼 관계가 아닌 것 같다.


유럽의 전설적 투자자로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 역시 이 말을 깊게 이해하고 있었다. 철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코스톨라니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시작한 파리유학을 통해 투자자가 된다. 그는 투자를 과학이 아닌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예술도 그렇지만 주식시장도 초현실주의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보이는 것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는 상상력이 없으면 투자에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 상상력을 통해 그는 커다란 성공을 한다. 2차 세계 대전 직후 이탈리아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만연해 있을 때 과감한 투자를 강행한다. 그 시절 파산 위기가 파다했던 이소타 프라씨니라는 자동차 회사의 주식을 150리라에 매입한 것이다. 중개인은 파산을 걱정했지만 코스톨라니는 자신의 상상력을 믿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이소타 프라씨니의 주가는 1900리라까지 올라갔다. 그는 한 때 이탈리아가 자동차 산업으로 유명한 나라였고 전쟁 후 산업 재건 과정에서 국가적으로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한다는 확신을 하고 투자했던 것이다.


지난 1989년에는 채권에 투자해 60배 이상의 차익을 거뒀다. 구소련의 고르바초프와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우호 관계를 맺는 것을 보고 옛 러시아제국의 채권을 헐값에 사들였다. 경제를 살리려는 소련이 가장먼저 해야 할 일은 국채를 발행하는 일인데 다른 나라들이 새로 발행한 국채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옛 러시아제국의 채권의 상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상상했기 때문이다. 이런 예측은 적중했고 그는 노년에도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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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의 나이부터 투자를 시작해 70년 이상 부를 쌓았고 두 세대에 걸쳐 독일 증권시장의 우상으로 군림한 그였지만 그 역시도 몇 번의 파산을 경험했다. 그것도 너무 심한 파산이어서 빚더미에 올라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고 그는 고백했다. 그 시기를 이겨내는 데는 많은 용기와 에너지, 인내 그리고 운 등이 따라줬다고 그는 말했다. 그 어떤 투자자도 시장을 이기는 완벽한 성공을 거두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성공하려면 남의 추천 종목을 따라가지 말고 스스로 아이디어와 의견을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추천종목을 만들어내야 한다."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투자 철학을 만들고 이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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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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