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윤 교수 "캔버스 다르고 '겹침' 없어"
법원 "위작 근거 못 돼"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서울옥션에서 거래된 박수근 화백의 유작 '빨래터'가 진품으로 추정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해당 그림을 위작으로 본 전문가의 주장이 무었이었는지, 법원은 어떤 근거로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는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국내외 대학과 전문가 집단의 감정 결과를 판단 근거로 삼았는데, 대부분 기관 및 전문가가 '진품' 입장을 낸 반면 최명윤 명지대 문화재보존관리학과 교수는 비교적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위작' 주장을 폈다.
최 교수는 문제의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 재질 및 물감 사용 방식 등이 기준작품인 박 화백의 또다른 그림에 사용된 것과 다르다며 위작임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판단 근거로 삼지 않았다.
◆"캔버스 재질, 박 화백 작품과 달라" = 최 교수가 문제삼은 것 중 하나는 빨래터가 그려진 캔버스다. 기준작품에 쓰인 캔버스가 굵은 실로 직조된 데 반해 이번 작품은 올이 가는 실로 직조됐다는 것.
4일 판결문에 따르면, 최 교수는 "두꺼운 물감 층을 이용해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굵은 실로 직조된 캔버스에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 기준작품들과 달리 이번 작품 캔버스는 가는 실로 만들어져 천의 조직이 얇게 나타난다"면서 "캔버스 절연제로도 당시 일반적으로 사용된 콜라겐이 아닌 불용성 수지가 쓰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박 화백이 두꺼운 물감 층으로 질감을 표현하려 굵은 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감정인의 추측에 불과할 뿐"이라면서 "비교 대상이 되는 그림도 2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캔버스 재질을 위작의 근거로 삼는 것은 논리를 비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감정인은 당시 박 화백이 두루마리 형태로 판매된 캔버스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되므로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그림이라면 역시 두루마리 캔버스가 사용됐을 것이란 점을 근거로 의견을 냈다고 판단된다"면서 "그러나 박 화백이 오직 한 종류의 캔버스만을 사용했다는 게 확인되지 않는 이상 추론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또다른 감정인에 따르면, 1950년대 이전부터 콜라겐은 물론 기름이나 합성수지도 절연제로 사용됐다"며 "캔버스 시료 용출액 분석 결과도 위작 근거로 채택될 순 없다"고 덧붙였다.
◆"빨래터, 계획된 '겹침' 없어" = 문제의 그림에 박 화백 특유의 계획적 '겹침'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최 교수 주장 가운데 하나다.
그는 "박 화백의 다른 그림 1점에서 채취된 물감 층 단면과 빨래터 물감 층 단면을 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전자의 경우 도드라진 질감을 표현하기 위한 계획적인 행위가 반복된 것으로 관찰되는 반면 후자의 경우는 물감의 층 만이 겹쳐있을 뿐 도드라진 질감을 표현하기 위한 계획된 층의 겹침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밖에 "빨래터에서 채취된 같은 층·같은 색상 물감이 서로 다른 원소분포 값을 보인다"는 점도 위작의 근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기준작품 물감 층 단면 시료와 빨래터 시료가 서로 다른 색 물감이 덧칠을 통해 층층이 겹쳐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한데 유독 빨래터 시료의 경우만 계획된 겹침이 보이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빨래터에서 채취된 같은 층·같은 색상 물감이라는 것은 감정인도 보고서에 기술했다시피 어디까지나 육안에 의존해 구분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매번 서로 다른 색소를 혼합해 칠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같은 색상으로 보이는 물감 층이라도 충분히 서로 다른 원소분포 값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빨래터가 위작이라면 오히려 같은 층·같은 색상의 물감 층에서 서로 같은 원소분포 값을 보였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도 감정인의 분석 결과를 위작 근거로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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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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