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수익 기자] 현대건설 등 굵직한 구조조정기업들의 지분을 가지고 출범한 한국정책금융공사(KoFC)가 매각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하지만 잠재적 인수후보인 대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 투자를 머뭇거리고, 수요보다 공급이 압도적으로 많은 '매물 홍수' 현상이 지속되면서 조기매각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초대사장은 2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정상화된 기업의 지분을 계속 갖고 있을 생각은 없다"며 "시장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과의 분할 과정에서 현대건설(11.3%), SK네트웍스(8.2%), 하이닉스반도체(6.2%), 대우인터내셔널(5.3%), 한국항공우주(30.1%) 등 구조조정기업 5곳의 지분을 넘겨받았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은 기존 최대주주였던 외환은행이 매각제한 해제물량을 처분, 정책금융공사가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향후 매각을 주도한다. 현대건설은 최근 주가가 7만원대를 회복하면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목표에 부합하고 있지만, 채권단 지분가치가 3조원에 육박하는 ‘메머드급’이라는 점이 관건이다. 이에따라 다른 대형매물들의 매각 과정을 지켜보며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중심으로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하이닉스는 효성그룹이 단독 입찰했지만, 최종 인수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삼정KPMG-메릴린치 컨소시엄을 주간사로 선정하고 매각 준비에 착수했다.
시장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대형 M&A들이 10대그룹의 불참 속에 ‘흥행 실패’를 기록했고, 대우조선해양·쌍용건설 등 굵직한 매물들이 순번표를 기다리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단기간내 정책금융공사의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나 금융권의 공식 매물인 외환은행도 금산분리 완화 기조와 맞물려 대형투자자들의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도 "기업들이 위험부담과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며 “매물은 넘쳐나지만 인수자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책금융공사가 신성장동력산업 투자, 사회기반시설 확충 지원 등 고유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종잣돈'이 필요한 만큼 일부 지분을 우선 매각대상으로 선정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자산 23조7000억원, 부채 20조7000억원으로 설립됐는데 부채 가운데 대부분은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이다. 특히 당분간 지분보유 기업들로부터 받는 이익(배당)이 산금채 이자비용에 턱없이 모자라는 점도 구조조정기업 매각을 앞당길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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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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