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기훈 기자] 글로벌 금융 위기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미국 금융권이 되살아나고 있지만 이른바 '메인스트리트'의 중소 지역은행은 사정이 오히려 악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뇌관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지방은행들은 더 추운 겨울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대다수 미 지방은행들은 내년에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리전스 파이낸셜과 선트러스트 등 미 남동부 지역의 대형 지역은행 두 곳은 3분기에 각각 4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밀워키 주와 유타 주에 위치한 지역은행인 마셜&아이슬리와 자이언스 뱅코프 또한 4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들어 문을 닫은 지방은행만도 벌써 106개에 달할 정도로 지방 금융권의 유동성 부족 상태는 매우 심각한 상태.
금융 위기 발발 당시만 해도 지방은행들은 씨티그룹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에 비해 오히려 견고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상반된 모습이다.
채권시장과 기업 인수합병(M&A)시장 등이 살아나면서 미 대형 IB인 JP모건체이스가 막대한 순익을 올리는 등 '큰 물'에서 노는 금융회사들이 빠르게 회생하고 있는 데 비해 예금·대출 서비스 등 단순한 은행 업무에 치중하는 지방은행들은 실업률 상승에 따른 가계 소득 감소와 기업 대출 상환 연체 등으로 인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더 큰 우려를 낳는 것은 이들 지방은행들의 핵심 사업부문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붕괴 가능성이다. 프레드 캐넌 키프, 브뤼엣&우즈의 주식 담당 수석 전략가는 "상업 부동산 대출은 여전히 매우 큰 위험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은행들은 상업 부동산 부실 대출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이미 부실 자산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지아 주에 위치한 시노버스 파이낸셜은 지난주 3억3900만 달러에 달하는 모기지 관련 부실 자산을 처분했으며 현재 5억7870만 달러의 모기지 대출 손실을 기록 중인 마셜&아이슬리 또한 이를 매각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른 지방은행들도 부실 대출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실적 악화가 모든 지역은행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미주리 주와 일리노이 주, 캔자스 주에 걸쳐 370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커머스 뱅크셰어스의 경우, 보수적인 운영과 대출 부문의 높은 순익을 바탕으로 올해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캘리포니아주 소재 씨티내셔널과 웨스트아메리카 뱅코프도 주 전체를 덮친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탄탄한 은행도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 문제가 불거진다면 향후 실적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이다.
톰슨로이터는 미국 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속한 11개 지방은행들의 올 누적손실이 104억 달러, 내년 역시 1억4000만 달러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