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지난 1940년대 말 군ㆍ경이 빨치산 색출 작전을 벌일 때 좌익으로 몰려 억울하게 총살 당한 청년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무고한 죽음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으나 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고충정 부장판사)는 1949년 좌익 혐의로 경북 경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게 연행돼 총살 당한 오모씨(당시 28세ㆍ남ㆍ농부)의 부인과 아들, 동생 등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2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14일 밝혔다.
1949년부터 한국전쟁 발발 직전까지, 경북 대구에 주둔하던 육군 제6연대와 이 부대를 재편한 22연대ㆍ육군 정보국 소속 호림부대ㆍ경산경찰서 등은 지역 내 빨치산과 남로당 세력을 토벌하기 위해 인근 운문산과 팔공산 등을 중심으로 대대적 색출 작전을 벌였다.
49년 5월, 당시 농사를 짓던 평범한 청년 오씨는 작전을 벌이던 경산경찰서 남산지서 소속 경찰관들에게 좌익 혐의로 연행됐고, 경산시 사림동과 연하동 사이 논에서 총으로 살해됐다.
이후 오씨 유족 등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 규명을 신청했고, 위원회는 당시 사건이 적법한 절차도 생략된 채 발생한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조사 결과를 지난 2월 내놨다.
그러자 유족 측은 부인과 아들에게 각각 1억원, 동생에게 1000만원 등 모두 2억1000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선 유족의 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문제가 쟁점이 됐다. 청구권 소멸시효가 사건이 발생한 때로부터 5년이기 때문. 유족 측이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해도, 국민에게 입힌 피해에 대해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오씨를 좌익 혐의가 있다는 이유 만으로 연행한 후 정당한 이유 및 절차 없이 살해했으므로 국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국가가 원고들의 권리 행사나 시효 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했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다고 볼 수 없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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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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