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진오 기자] LG그룹이 통신3사 합병이라는 도전장을 꺼내들면서 국내 통신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KTㆍKTF합병에 이어 LG그룹이 LG텔레콤ㆍLG데이콤ㆍLG파워콤 등 3개 통신 계열사를 통합키로 결정함에 따라 통신시장 재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LG그룹의 이같은 결정에는 유ㆍ무선 컨버전스 등 급변하는 통신시장에서 KT, SK텔레콤과 맞서기 위해서는 합병을 통한 시너지경영 밖에 없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당초 LG그룹은 2단계 합병(LG데이콤-LG파워콤을 먼저 합친 후 LG텔레콤과 합병)을 기정사실화했으나 LG텔레콤을 중심으로 3사를 동시 합병키로 궤도를 수정함으로써 비용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잡음을 막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LG그룹은 'LG통신 통합법인(가칭)'이라는 합병 법인을 출범시켜 4세대 이동통신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한편, LG데이콤이 강세를 보이는 기업용 통신시장에서 유ㆍ무선 복합서비스 경쟁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합병 급물살..8조원대 통합법인 출범
LG통신3사는 내주중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공식 결의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 합병인가 기간이 3개월 정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LG통신3사는 10월중 방통위에 합병인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이전에 합병절차를 마무리해 연매출 8조원, 영업익 7000억원대의 통합 법인을 출범시킨다는 복안이다.
이번 결정은 통신 융합시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무선을 하나로 합쳐 덩치와 체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요금인하 압박과 함께, 대세가 된 결합상품 부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도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배경이 됐다.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역할도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LG통신 통합법인을 이끌 수장으로 이상철 전 정통부 장관을 영입키로 한 것은 전략적 승부수로 평가된다. 이 전 장관은 KT 사장 재직 시절 유무선 사업을 직접 이끌었으며 이후 관료로서도 성공한 인물이다. 업계는 정통부 장관 출신의 이석채 KT회장과 비견될만큼 강력한 카드인 이상철 전 장관이 과거 KT사장을 지낸 전력을 무기삼아 새로운 통신시장 구도를 열어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전의 선택이 최대 변수
합병의 최대 변수는 한전의 선택이다. 한전이 보유한 LG파워콤의 지분 38.8%가 합병추진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LG 통신계열 3사가 이달 중순을 전후해 이사회에서 합병 결의를 하기로 한 것은 이미 핵심 주주인 한전측과 일정 수준의 의견 교환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LG출신인 김쌍수 한전 사장과 LG와의 관계를 감안할 때, LG측이 한전과의 사전교감없이 일방적으로 이번 일을 추진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전 역시 이미 한차례 공개 지분 매각이 실패한 상황이어서 한전의 지분을 LG측이 매입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통신빅뱅 가속화
LG통신 3사의 합병 추진에 따라 그동안 잠잠하던 SK그룹의 통신계열 통합 논의도 조만간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통합을 통한 시너지가 성장 정체를 극복할 대세로 자리매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T는 지난 6월 KTF와의 합병을 통해 유 ㆍ 무선 융합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도 내년 4월경에는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 통신시장은 KT, SK텔레콤, LG등 3사로 재편이 가시화될 공산이 크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김진오 기자 jo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