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부실증권을 그럴듯하게 꾸미는 신종 ‘화장술’이 월가에 출연했다고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리-리믹(re-REMIC)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금융상품이 바로 그것. 은행들과 신용평가사들은 리-리믹의 출연을 반기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들과 금융당국은 우려스러운 표정이다.
◆ 리-리믹..신종 화장술
리-리믹이란 ‘Resecuritization of Real Estate Mortgage Investment Conduit’의 줄임말로, 복수의 주거용 혹은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채권을 묶어 개별 기초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위험을 신용 담보로 전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리는 이렇다.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채권 등급이 떨어지자 이를 보유하고 있던 은행과 보험업체들은 채권을 유지하는데 더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게 됐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설명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트리플 A’인 1억 달러 채권은 200만 달러의 자금을 백업 비용으로 필요로 하지만 신용등급이 '더블 B-'로 떨어질 경우 그 비용은 3500만 달러로 불어난다. ‘트리플 C-’로 강등될 경우 필요한 비용은 100%, 즉 1억 달러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은행 측은 채권을 부실자산과 건전자산으로 분리하고자 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신규 채권을 뒷받침 하는데 드는 자금은 원래 채권보다 적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채권 분리를 통해 원래 채권의 4분의 3이 트리플 A 등급을 얻고 나머지는 트리플 C로 책정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총 2650만 달러로 원래보다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또 이 채권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고문가, 법률가 등이 수수료 수익을 챙기게 되고 새로 생겨난 채권에 대한 등급 책정 수수료를 신평사들이 거둬가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
올 들어 월가에서 이 리-리믹 발행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1월에만 해도 흔치 않았던 리-리믹은 지난 6월 수백억 달러 규모에 이르렀고 7월에는 신용시장 회복으로 인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확한 규모는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월가에서는 대략 300억~9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 규제당국은 예의주시
규제 당국은 은행들의 리-리믹 전략에 대해서 못마땅해 하는데 그 이유는 리-리믹 과정에서 드는 수수료 부담과 리-리믹이 신평사들에게 신규 채권의 등급을 매기도록 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30일(현지시간) 신평사 문제에 관한 정부개혁위원회 청문회에서 데니스 쿠치니크 민주당 하원의원(오하이오)은 리-리믹에 대해 언급하며 “신평사들이 다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뉴욕과 다른 주요 주의 규제자들은 보험사들이 투자은행과 신평사에 수백만 달러의 요금을 지불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자들은 월가에 흘러가는 돈을 제한하고 은행, 보험업체들의 신평사 의존 비중을 축소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체의 10~30%에 해당하는 일부 리-리믹은 채권 유지 비용에 애를 먹는 은행, 보험업체들을 위한 좋은 의도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목적은 하나, 부실 채권을 그럴듯하게 꾸며 투자자들에게 떠넘기는데 있다.
바클레이스는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시장에는 등급 때문에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3500억~40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이 있다”며 “리-리믹의 목적은 새로운 AAA 채권을 양산해내 이 채권의 정체를 풀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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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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