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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주범, 어디로 사라졌나

'앨런 슈워츠, 리처드 펄드, 스탠리 오닐, 존 테인, 찰스 프린스'


이들은 한때 세계 금융의 메카였던 월스트리트를 호령하던 희대의 영웅들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에 이어 리먼 브러더스의 몰락과 함께 도미노처럼 쓰러진 은행의 이들 수장은 1년 전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듯했다. 그러나 이름조차 가물가물하던 이들의 이름이 리먼 파산 1주년을 맞는 현재 시점에서 새록새록 곱씹어지고 있다. 악몽의 주역들은 현재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까.

◆ 월가의 첫 대형 희생자 = 월 스트리트의 첫 번째 희생자였던 미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앨런 슈워츠는 지난해 3월 JP모건체이스에 인수된 뒤 현재 투자회사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슈워츠는 14일(현지시간) 베어스턴스에서 떠난 후 처음으로 언론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리먼 파산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투자은행들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기로 결정한 데 대해, 당시에도 베어스턴스에 긴급 구제금융이 지원됐더라면 회사가 넘어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는 만약 그랬더라도 베어스턴스는 작년 가을 본격화한 금융위기의 '쓰나미'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 금융위기의 주범 ‘딕 펄드’ = 금융 위기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금융위기의 시발이 된 리먼 브러더스의 리처드 펄드 최고경영책임자(CEO)이다.


1994년 리먼 CEO 자리에 오른 펄드는 회사를 업계 4위로 올려놓았다. 하지만 탐욕에 눈이 멀었던 그는 리스크를 무릅쓰고 무리한 투자를 하다 결국 지난해 9월15일 150년 전통의 리먼을 무너뜨린 일등역신(逆臣)이 됐다.


이후 금융위기의 주범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수많은 소송에 시달리며 고된 시간을 보내다 지난 3월 리먼의 옛 동료와 함께 뉴욕 맨해튼에 ‘매트릭스 어드바이저스’라는 투자자문사를 차려 운영하고 있다.


◆ 메릴린치의 추억 = 1914년, 고객제일주의로 성장해 한 때는 월가의 성공신화로 불리던 메릴린치. 하지만 과욕이 부른 말로만큼이나 최후의 CEO 2인의 말년도 그리 떳떳하지는 못했다.


우선, 월가 최초의 흑인 CEO로 주목을 받았던 스탠리 오닐은 서브 프라임 사태 여파로 2007년 3분기에 22억4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음에도 1억6150만 달러의 주식과 현금을 퇴직금으로 챙겨 ‘먹튀’라는 비난을 받았다. 현재는 알코아 등 몇몇 회사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테니스와 골프 등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닐의 바통을 이어받은 메릴린치의 마지막 CEO 존 테인은 최근 몇 몇 회사의 이사직을 맞는 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골드만삭스와 뉴욕증권거래소(NYSE) 사장을 역임한 그는 메릴린치의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서브 프라임 부실 여파로 중병이든 회사를 살리는 데는 실패했다. 작년 9월18일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넘어간 뒤 보너스 문제가 불거지자 올 1월 BoA를 떠났다.


◆ 몰락한 씨티 왕국 = 미 정부로부터 4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지분 34%를 넘겨 사실상 국유화된 씨티그룹. 찰스 프린스에 이어 비크람 팬디트도 서브 프라임 사태 여파에 심각하게 노출된 씨티를 재건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현재 프린스는 코넷티컷 주 그리니치의 집을 매물로 내놓고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그의 근황을 소개했다. 가끔은 워싱턴의 컨설팅 업체에서 자문활동도 하고 있다고.


한편 팬디트는 가시방석에 앉아 있다. 천문학적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정부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 최근 미 정부가 씨티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식을 가장 반긴 이는 팬디트가 아니었을까.


◆ 회사는 망해도 연봉은 美 15위, 윌럼스태드 = 미 정부로부터 850억 달러를 받고 국유화된 보험사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의 로버트 윌럼스태드도 잊혀지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14일(현지시간) 경제전문지 포천이 발표한 ‘지난해 미국에서 최고 연봉을 받은 CEO’에서 3760만달러로 15위에 올랐다. '회사는 망해도 CEO는 영원하다'는 진리를 여실히 입증한 사례다.


현재 윌럼스태드는 자신이 AIG에서 나가기 전 공동 창업한 사모펀드 ‘브라이섬 글로벌 파트너스’에서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 저술 중인 전 재무장관 헨리 폴슨= 임기 말까지 월가의 운명을 좌우했던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 그는 현재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있으며, 내년 1월 출간하기 위해 금융위기 사태에 관한 저서를 집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금융정책을 바꿔 9개 대형은행에 125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지원한 그는 여전히 미국 서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은행들이 혈세로 받은 구제금융을 주주배당금과 연말 보너스 명목으로 돈 잔치를 벌이자 그렇잖아도 금융위기 여파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던 서민들을 자극했기 때문.


또한 그는 구제금융 지원 대상을 9개로 한정하면서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한 은행들을 외면했다는 비난도 면치 못하고 있다. ‘1250억달러짜리’ 실수와 ‘대마불사’ 논리를 몸소 보여준 시장원리주의자는 매년 9월15일이면 귀가 간지러울 듯하다.


정권교체로 폴슨은 물러난 반면 그가 범한 '우'에 동참했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내년 2월1일부터 시작되는 다음 임기까지 보장받은 상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초보 대통령인 만큼 버냉키가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잘했든 못했든 갈아치우는 새로운 모험을 강행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그의 출구전략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닥터 둠’들의 반전 = 한편 금융 위기의 수혜를 톡톡히 누린 인물들도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작년 초만해도 학계에서는 그다지 조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금융 위기가 실제로 촉발되자 이를 예견한 인물로 주목받으며 학계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14일에는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지출 위축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붕괴 여파로 미국 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이라며 비관론을 꺾지 않았다.


또 다른 비관론자로 통하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까지 수상한 그는 이후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다 못해 최근에는 뉴욕 맨해튼에 고급 아파트를 구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공수민 기자 hyunhj@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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